부처 정책 등 열람 가능한
정부 3.0 대표 서비스인데
공무원 상당수 존재도 몰라
[ 강경민 기자 ] 본지가 이달 초 A부처가 추진하는 정책을 단독 보도한 직후 담당 부서 간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이 간부는 기자에게 관련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연신 캐물었다. 아직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는데, 해당 자료가 유출된 경위를 알고 싶다는 것이다.
기자에게 ‘취재원 보호’는 반드시 지켜야 할 직업 윤리다. 보수적인 공직사회에서 취재원의 신분이 탄로날 경우 그 취재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기자는 이날 그 원칙을 스스로 깼다.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최초 취재원을 담당 부서 간부에게 알려줬다.
취재원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정보공개포털(www.open.go.kr)’.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인 정부 3.0의 대표 서비스다. ‘공유·개방·소통·협력’이라는 정부 3.0 취지에 걸맞게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생산하는 국장급 이상 결재문서를 열람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정보공개를 청구해야지만 문서 열람이 가능했으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공공기관 ?앞장서 정보를 개방하고 있다. 국가 안보 및 민감한 이슈가 담긴 문서 외에는 결재 후 1주일이 지나면 모든 국민이 열람할 수 있다.
A부처의 정책 기사도 정보공개포털에 올라온 자료를 열람한 뒤 담당 부서를 통해 최종 확인한 다음 보도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서 간부의 반응이었다. 이 간부는 “그런 시스템도 있었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이 직접 결재한 문서가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정보공개포털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공무원은 이 부처뿐만 아니다. 그동안 수차례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겪은 바다. 심지어 정부 3.0의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에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공무원이 있었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정보공개가 이미 일상화된 서울시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물론 결재문서를 공개하더라도 제목만 공개한 채 내용은 비공개로 설정해 ‘무늬만 공개’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보공개포털의 존재조차 모르는 공무원이 상당수라는 것은 공직사회에 정부 3.0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직 정부 3.0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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