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접은 백화점 "떨이요 떨이~"

입력 2015-07-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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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쇼핑에 밀리고, 해외 직구에 치이고

정체된 매출 앞에 인터넷몰·아울렛·직구…
상거래 채널 갈수록 다변화…백화점 영업익 3년 연속 감소

땡처리 나선 백화점…롯데, 킨텍스 빌려 '출장 세일'
현대, 800억원대 창고 대방출…신세계, 보름 앞당겨 명품대전



[ 임현우/강영연 기자 ]
롯데백화점은 23일부터 경기 고양시 킨텍스 내 1만3000㎡ 크기의 전시장을 통째로 빌려 나흘간 ‘재고떨이 세일’을 연다. 롯데아울렛 서울역점(1만1000㎡)보다 더 넓은 행사장에서 200억원어치의 재고를 최대 80% 싸게 판다. 지방시, 끌로에, 멀버리 등의 명품 핸드백부터 삼성 냉장고, LG TV, 테팔 다리미, 야마하 드라이버, 에이스침대 매트리스까지 320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전국에 33개 백화점을 두고 있는 롯데가 ‘출장 세일’에 나선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오지 않는 손님들을 붙잡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자존심을 버리고 ‘땡처리’ 성격의 행사를 여는 것이다. 지난 4월 서울 대치동 SETEC에서 연 첫 행사에 30여만명이 몰려 60억원의 매출을 올리자 이번엔 행사장 크기를 네 배나 키웠다. 이완신 롯데백화점 전무는 “소비심리가 좀처럼 깨어나지 않아 매출 회복에 사활을 건다는 각오로 준비한 행사”라고 말했다.

◆떨어지는 매출 앞에 장사 없다

‘쇼핑의 품격’을 강조하던 백화점들이 이제는 파격 할인과 물량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 행사 중 집객효과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명품대전’은 행사 시기는 당겨지고, 규모는 커지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은 올여름 명품대전을 예년보다 보름 앞당겨 23일 시작한다. 현대백화점도 작년보다 두 배 많은 800억원어치 명품을 쏟아낼 예정이다. 과거에는 가을·겨울 이월상품 비중이 70%를 넘었지만 올해는 봄·여름 출시된 신상품 비중을 대폭 끌어올려 ‘사계절 명품’을 두루 내놓는다.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은 “아울렛, 온라인몰,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에 대응해 소비자들의 명품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의 총 매출은 29조23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백화점 매출이 뒷걸음질친 것은 2004년 이후 10년 만이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이 거둔 영업이익 합계도 2011년 1조3468억원 이후 3년 연속 감소해 작년에는 1조614억원으로 줄었다.

◆백화점의 전성기, 저물고 있다

백화점들은 수년째 이어진 소비심리 위축에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까지 더해져 경영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통 트렌드의 변화라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백화점의 ㎟綬?바라보고 있다. 똑같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는 새로운 유통채널이 많아지면서 백화점이 ‘앉아서 편안하게 장사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몰의 총 매출은 17.5% 늘었고 모바일 쇼핑은 125.8%, 해외 직구는 48% 급성장했다.

정훈 KB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터넷몰과 해외 직구, 특화매장 등 상거래 채널이 다변화하고 있다”며 “백화점의 성장 정체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미국의 백화점 체인인 JC페니는 지난 5년간 매출이 약 30% 줄었다. 영국의 막스앤드스펜서와 중국의 일본계 백화점 이토요카도는 최근 매출이 부진한 점포 정리에 나섰다.

국내 백화점들도 새 성장동력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롯데·현대·신세계가 아울렛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아울렛 시장 규모는 2010년 7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1조2000억원으로 커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합하는 ‘옴니채널’을 강조하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통합 쇼핑몰인 SSG닷컴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임현우/강영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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