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재해 안전지대 만들자] 산림 초토화 시키는 산불…차 20만대가 내뿜는 공해 맞먹어

입력 2015-07-23 07:01  

2000년 양양 낙산사 삼킨 산불, 원상태 복구에만 30년 소요

생물다양성 감소·산사태 등 2차 피해로 이어져

산림청, 전국 316개 대책본부 설치…전문 조사관 투입해 원인 규명



[ 임호범 기자 ]
최근에는 대형 산불이 줄었지만 산불은 여전히 우리에게 두려운 존재다. 한순간의 실수가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 몇십년, 몇백년 된 숲을 잿더미로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대 산불로 기록된 동해안 초대형 산불은 2000년 4월7일 고성, 강릉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이후 9일간 순간 최대풍속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동해와 삼척을 거쳐 경북 울진까지 확산돼 백두대간을 포함해 5개 시·군의 울창한 산림 2만3794㏊를 검은 숯덩이로 만들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피해액만 6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사상 최대 산불이 동해안 산림을 초토화시켰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산불이 발생하면 다시 원상태로 숲을 복구하는 데만 3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부분 부주의로 시작되는 산불

올해 봄철에도 크고작은 산불이 378건 발생해 피해면적이 237㏊에 달했다. 이는 건수로는 최?10년 평균 300건보다 126% 늘었지만 피해 면적은 평균 593㏊보다 41% 감소한 수치다. 지난 2월8일 강원 삼척시 가곡면 오목리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로 52㏊가 소실됐다. 3700여명과 연 32대의 헬기를 투입했음에도 추운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완전 진화까지 4일(68시간29분)이 걸렸다. 화목보일러를 잘못 취급해 불씨가 바람을 타고 인근 산으로 번진 게 원인이었다.

3월에 발생한 경기 여주시 산불도 집 앞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다 산으로 옮겨 붙으면서 일어났다. 이 산불로 50.7㏊의 산이 탔다. 7대의 헬기가 연신 물을 쏟아내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비무장지대(DMZ)에서도 8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이 발생하면 토양 영양물질이 소실돼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산사태와 같은 2차 피해도 입힌다”며 “산불이 타는 과정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자동차 20만대가 1년 동안 뿜어내는 것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전국 316곳에 산불방지대책본부

산림청은 매년 2월 산림청 본청의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를 비롯해 전국 316개 산림관서에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산불에 대응한다.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24시간 전국 산불상황 관리, 진화자원 지원, 유관기관 정보 공유·협력 등의 헤드쿼터 역할을 한다. 3월부터는 한 달간 산불특별대책기간을 운영한다. 중앙산불상황실을 확대해 상황실장을 산림보호국장·차장으로 격상하고 근무인원도 확대(3명→10명)한다.

특히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강원 동해안의 산불방지협의회를 운영해 권역별 협력체계를 가동한다. 이 기간에는 산불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청명·한식(4월5~6일), 산나물 채취시기(5월) 등에는 전 직원 기동단속 및 캠페인을 펼친다. 산림헬기(산림청 보유 45대, 임차 54대)도 30분 이내 출동할 수 있도록 하고 가동률 90% 이상 유지를 위해 야간정비, 이동정비팀을 운영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전문조사반(220명)을 진화와 별개로 현장에 투입해 산불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가해자 검거에 주력한다”며 “올해는 183명의 가해자를 검거해 35.8%의 검거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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