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대상인 기득권 노조가 개혁 주체가 되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특히 전체 근로자의 5%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 중심의 한국노총은 전체 근로자가 아닌, 조직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그것 때문에 지난번에도 정부나 경영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철회 등을 내걸고 협상을 깨버렸던 것이다.
이제 새누리당이 하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노동개혁을 주문하고 있지만 똑같은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새누리당은 노사정위원회를 복원하거나 이를 국회 내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라는 틀로 노동개혁 내지는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보겠다는 생각은 이제 접는 게 낫다. 오히려 노동계의 협상력만 키워줄 뿐이다.
그보다는 정부가 직접 노동시장 개혁안을 세우고 입법화한 다음 국회 논의를 통해 이를 최종 확정하는 절차를 밟는 게 현실적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정부가 주축이 돼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그는 “독일 역시 한국의 노사정위원회 같은 합의방식을 통해 합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정부가 개혁안을 내더라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회 통과가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구를 국회 안에 두자는 생각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부지런히 설득 작업도 벌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노동시장 개혁은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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