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사면 제외되는건 역차별
헤지펀드 공격 방어할 경영권 보호장치 시급
[ 정인설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같은 기업인을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또 한국 기업이 엘리엇매니지먼트 같은 헤지펀드 공격에 시달리지 않도록 경영권 보호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지난 22일 제주 서귀포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사면을 통해 최 회장과 김 회장에게 기회를 줘서 모범적인 기업을 만드는 대열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간곡하게 소청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께서 국민 화합과 국가 이익을 위해 일반 국민을 사면 대상에 포함하는데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사면에서 빠진다면 그건 역차별이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으려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의 정답은 없지만 기업마다 상황에 맞는 지배구조를 선택하고 끊임없이 선진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런 노력을 격려하거나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도록 경영권 보호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권 보호장치 중 가장 시급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업들이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을 비롯해 여러 가지를 해달라고 건의하지만 모든 것을 다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부나 기업 모두 같이 노력하면 적절한 답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은 2년 정도 남았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리스 위기, 중국 경기 침체, 엔저(低)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우리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며 “회복기가 조금씩 늦춰지는데 재도약을 위한 준비기간인 향후 2년 정도에 상당히 많은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역대 정부가 수차례 추진한 규제개혁, 서비스산업 발전, 노동 선진화 등 장기 과제가 여전히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단기부양책도 써야 하지만 장기 아젠다를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세금 부담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뜻도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법인세를 인하해 정부 세수가 34조원 정도 줄었는데 이번 정부 들어 기업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 세수가 다시 32조원가량 더 늘었으니 거의 회복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럼에도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니 정부로서는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는 게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제주=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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