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빠르게 발전하는데 사고방식은 뒤늦게 변화
고객과 직원은 '파트너'
명령형 리더십 벗어나야 2차 혁신 달성할 수 있어
이메일을 주고받고 스마트폰으로 영화표를 예약할 수 있다면 인터넷 시대에 들어선 것일까. 대부분 사람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이 같은 잣대로는 한국은 이름난 정보기술(IT) 강국이다.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한국을 테스트시장으로 삼아 신제품을 시험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우리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느리게 변하고 있다. 하드웨어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을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불균형은 기업이 더디게 성장하는 주요 원인이다.
기술 발전에 비해 사고방식이 뒤늦게 변하는 현상은 증기기관이 전기에너지로 대체됐던 과거에도 일어났다. 증기기관을 이용하던 공장은 중앙에 증기기관을 놓고 동력을 뽑아 주변의 기계를 돌렸다. 전기를 쓰기 시작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도 공장의 배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전기 배선만 늘리면 넓은 공간에 여러 대의 기계를 놓을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전기의 특성을 이해하고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는 데는 3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생산도구가 증기기관에서 전기기관으로 바뀌는 변화를 1차 혁신이라고 한다. 2차 혁신은 공장의 배열 구성이 바뀌고 직원이 일하는 방식까지 바뀌는 변화를 말한다. 2차 혁신까지 이뤄져야 새로운 시대에 제대로 적응했다고 말할 수 있다. 2차 혁신이 달성되면 세상에선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아직 인터넷이라는 도구만 바꾸는 1차 혁신에 머물러 있다. 호텔은 전화 예약을 인터넷 예약으로 바꾸고 객실에 무선인터넷(Wifi)을 설치하는 수준으로 만족한다. 인터넷 시대의 2차 혁신은 인터넷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업의 핵심 기능까지 네트워크에 넘겨야 완성된다. 직원과 사용자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생산에 참여하는 사용자들로 인해 기업은 경쟁력을 가진다. 예컨대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체인데 정작 숙박시설을 소유하지는 않는다. 회원들이 빈방과 빈집을 내놓고 여행객을 맞도록 주선할 뿐이다. 집주인은 노는 방을 빌려주고 숙박료를 벌고, 여행객은 저렴한 비용으로 현지 가정을 체험하는 기회까지 얻어서 좋다.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20조원에 달한다.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도 입을 다물지 못할 수준이다.
인터넷 신문사 허핑턴포스트는 유급 기자가 없다. 무급 기자를 자청하는 기고가들이 소소한 이야기부터 깊이 있는 분석까지 매일 수천 건의 기사를 작성한다. 허핑턴포스트는 이미 뉴욕타임스보다 방문자 수가 많을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변화는 재미난 얘깃거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업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거나 기존 업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한국 기업들도 최근에는 빠르게 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의식의 전환이 늦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의 핵심 기능마저 외부 네트워크에 위임하려면 지시와 통제 대신 공유와 협업으로 업무 방식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에서 공유와 협업은 어려운 문제다. 창업주 가족은 비정상적 주식 거래를 통해서라도 경영권을 상속할 수 있고, 눈에 거슬리는 직원의 무릎을 꿇리게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통제권의 상실은 큰 도전이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이제 기업은 고객과 직원을 파트너로 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업의 리더이건 국가의 지도자건 고객과 국민을 통치의 대상이 아닌 운영의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 리더들이 ‘명령형 리더십’에서 벗어나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개발해야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2차 혁신을 달성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김용성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