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사(史)의 슈퍼모델' 세종대왕 뛰어넘을 인물은…

입력 2015-07-24 20:47   수정 2015-07-26 20:04

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 김유미 기자 ] 한국은행 발권국에는 가끔 특별한 민원인이 찾아온다. 대개 지역 종친회 임원들이다. 이들이 갖고 온 묵직한 자료는 ‘O씨 OO대 조상인 OOO의 훌륭한 업적’에 대한 것이다. 종친회 임원들은 자신들의 훌륭한 조상이 화폐에 들어가길 원한다. 신사임당에 이어 새 고액권의 주인공이 되거나, 1만원권의 세종대왕을 아예 대체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종친회에는 미안하지만 아마 잘 안 될 것이다. 우선 ‘화폐사의 슈퍼모델’로 불리는 세종대왕이 있다. 1960년 천환권으로 데뷔한 이후 오백환권(1961년) 1백원권(1965년) 1만원권(1973년)에 얼굴이 실렸다. 지금까지 55년간 한국인이 지갑을 열 때면 늘 세종대왕의 근엄한 얼굴이 있었다.

세종대왕이 화폐 인물로 장기 집권한 데엔 이유가 있다. 한은에 따르면 화폐 인물은 업적이 위대해 국민에게 존경받아야 하고, 역사적 검증을 거쳐 논란의 소지가 없을 뿐 아니라 도안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 인물이 바로 세종대왕을 비롯해 이황(1000원권) 이이(5000원권) 신사임당(5만원권)인 것이다.

사실 이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종친회뿐만 아니다. 대표적인 비판이 ‘이씨(李氏) 성(姓)을 지닌 조선시대 남성의 독무대’라는 것이다. 신사임당이 여성으로서 등장했지만 예술가라는 개성을 지우고 나면 이씨(이이)의 어머니란 인연이 있다. 화폐 인물은 국가와 시대의 얼굴이라고 한다. 이들로서 충분할까.

한은의 한 관계자는 “우리 화폐 디자인은 해외에서도 아름다운 도안으로 인정받는다”며 “하지만 도안 인물에선 융통성과 다양성이 떨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2009년 5만원권 도입을 앞두고 ‘화폐도안 자문위원회’에서도 이런 고민을 했다. 전문가와 국민 조사를 거쳐 선정된 화폐 인물 후보군은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보고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이었다. 근현대 인물을 추가하자는 의견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독립운동가가 인기가 많았다.

김구 안창호 유관순은 1975년 1000원권 발행 당시에도 각계의 추천을 받았다. 이 외에 단군 장보고 을지문덕 문무왕 등 애국심을 고취하는 위인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지금 한국인이 담고 싶은 인물은 또 다를지 모른다.

일부에선 기존 인물을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한은 관계자는 “유럽 등에선 몇 년마다 인물과 도안을 아예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도안 개선의 한계에 부딪힌 조폐 전문가들의 고민도 반영돼 있다. 1972년 발행한 5000원권은 이후 이缺?얼굴이 개선되고(발행 초기엔 영국 회사에서 제조해 콧날이 높고 어색했다) 색이 화려해지는 등 아름다워졌다. 하지만 이이와 오죽헌이라는 소재는 그대로였다.

일본은행은 2004년 메이지 시대 여류 소설가인 히구치 이치요, 매독병원체의 순수 배양에 성공한 의학자 노구치 히데요를 지폐에 등장시켰다. 직업과 연령 면에서 인물 구성이 다양해졌다. 뉴질랜드는 1982년 5달러 인물로 에베레스트를 최초 등정한 모험가 에드먼드 힐러리 경을 썼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오자. 신사임당 다음으로 누가 되면 좋을까.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일반 국민이 가장 많이 추천한 유관순이 5만원권에 못 실린 점을 아쉬워했다. 반대자들은 그가 요절했기 때문에 큰 업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을 화폐에 실으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부드러워질 것 같다”고도 말한다. 돈은 세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꾼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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