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가보다 높은 최저임금, 자본투자 부추겨 저임금 미숙련 노동자 설 자리만 줄어든다

입력 2015-07-24 21:07   수정 2015-07-26 14:53

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22> 최저임금제도의 역설

노동자 '무더기 해고' 부작용
최저임금 오를수록 아파트 관리비 늘어
CCTV가 경비원 대체…일자리 감소

최저임금 못 받는 노동자 227만명
노동자 간 소득 불평등 심해지고
한계기업은 파산 가능성 커져

法 집행 엄격할수록 행정비용 증가
폐지 또는 적정선 찾아야




2010년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동대표 회의가 소집됐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1년 앞두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주민 투표를 거쳐 폐쇄회로TV(CCTV) 설치를 전제로 경비 전문업체에 아파트 경비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첫째, 50명이 넘던 경비원이 10여명으로 줄었다. 경비원 50명이 모두 해고되고 10여명의 경비업체 직원이 업무를 대신 맡았다. 전국적으로 이런 아파트 단지가 많아 경비원이 대량 해고되면 저임금 미숙련 노동자의 시장임금은 최저임금법이 없을 때보다 더 낮아지기 마련이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시장임금보다 높은 임금은 이들 해고된 노동자의 희생을 대가로 한 것이란 설명이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227만명(전체 노동자의 약 12%)이나 된다는 통계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부당이득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처럼 최저임금은 노동자와 노동자 간의 소득재분배 제도이지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소득재분배 제도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제도가 미숙련 노동자의 실업률을 높인다는 점이다.

둘째, 이 아파트 단지는 CCTV를 설치했다. CCTV를 여러 대 설치해야 했기에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대략 10년 정도 지나야 경비원 인건비 절약분과 비슷해진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자본소비’(사용자비용)라고 부른다.

셋째, 경비원이 적은 탓에 경비가 소홀해질 것을 우려한 가구들은 디지털 자물쇠를 설치하거나 교체했다. 디지털 자물쇠 설치비용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경비원의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해 각 가구는 추가적인 비용을 치렀다.

넷째, 전기 소비가 늘었다. 아파트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바꾸고 여러 대의 CCTV를 가동해 전기 소비가 늘어나게 됐다.

다섯째, 단지 내 경비실과 음향장비 등은 쓸 데가 없어졌다. 만약 경비원의 임금이 시장에서 결정됐다면 여전히 경비원이 경비를 했을 것이기 때문에 최저임금법으로 인해 경비실과 음향장비 등은 더 빨리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여섯째, 아파트 주민이 장을 봐 올 때 경비원이 짐을 같이 들어주거나 오고가다 대화도 나누는 등 인간미가 있었는데 CCTV로 대체되면서 그런 주민의 심적 만족감이 사라졌다. 이는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경비체제 변경으로 주민이 상실한 것임은 분명하다.

물론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있지만 경비원을 그대로 둔 아파트 단지도 있고, 2010년 이전에 경비원을 없앤 곳도 있다. 즉 지금까지 분석이 모든 아파트 단지에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아파트 단지 경비에 영향을 준 사례는 적지 않고 이에 따른 결과는 앞에서 분석한 것과 비슷할 것이다.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은 산업 또는 사업장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저임금 미숙련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노동비용 상승, 자본소비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전에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한계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파산할 수도 있다. 거시경제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은 최저임금이 없을 때보다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점이다.

영국의 한 유명한 소득불평등 문제 전문가는 최저임금이 소득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앞에서 봤듯 최저임금은 노동자와 노동자 간의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킨다. 경제 전체적으로는 소득불평등의 개선 또는 악화를 예상할 수 없지만 경제성장이 저조해질 것을 고려한다면 소득불평등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악화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최저임금은 시행 첫해인 1988년에 시간당 462.50원(제1그룹)과 487.50원(제2그룹)이었다. 이때만 해도 사용자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수준은 1990년 690원, 2000년 1865원, 2008년 3770원, 2015년 5580원, 2016년 6030원까지 지속적으로 인상됐다. 최저임금이 진정한 최저임금이 된 시점부터 법은 여러 문제를 양산했다. 정치가를 포함한 일부 전문가만 사태를 몰랐거나 알면서도 외면했다.

일부 노동문제 전문가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최저임금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는지 감독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을 한다. 이것이 소위 법 집행의 문제다. 그러나 이 지적은 결코 옳은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뿐 아니라 도둑, 살인자 등도 도둑질, 살인 등을 엄벌하는 데 동의한다. 도둑, 살인자 등도 자신의 재산이 도둑맞는 것을 원치 않고 타인에게 변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로 그런 행위를 막기 위한 노력, 즉 법 집행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법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 자체가 잘못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최선은 그 법을 폐지하는 것이지만 당장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법 집행을 곧이곧대로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법을 엄격하게 집행할수록 그와 비례해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 효과의 차이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법 집행을 엄격하게 하기 위해서는 법 집행 비용도 비례해 증가한다. 다만 최저임금 노동자의 인권유린과 같은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오판
대공황 때 최저임금 정책…4명 중 1명이 실업자로

최저임금제를 미숙련 노동자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에게 시행했던 적이 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때 허버트 후버 대통령(사진)은 기업인에게 임금과 일자리 유지를 부탁했다. 기업琯湧?적극 호응했고, 헨리 포드는 임금 인상을 약속하기까지 했다.

후버 대통령이 기업들에 요구한 것을 현대경제학 용어로 말하자면 최저임금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서 지급하는 최저임금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임금보다 높다. 당시는 물론 최저임금을 법으로 규정한 게 아니라 각 기업, 특히 대기업으로 하여금 각자 형편에 맞춰 최저임금을 시행하도록 한 것이다. 후버 대통령은 소비를 유지 또는 늘림으로써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높일 뿐 아니라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후버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기대와 달리 최저임금 정책의 결과는 참담했다. 노동자의 임금은 1931년 3% 이내로 하락한 반면 재화 가격은 같은 해 8.8% 떨어졌다. 그 결과 같은 해 실질임금은 크게 올라 1929년 실질임금보다 높았다. 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실질임금이 상승한 것은 후버 대통령의 최저임금 정책 때문이다. 그리고 실질임금 상승은 1930년대 전반기 실업 문제를 사상 최악으로 내몰았다. 실업률은 1931년 15.9%, 1932년 23.6%, 1933년 24.9%, 1934년 21.7%였다.

최저임금 정책을 쓰지 않았다면, 즉 임금도 재화와 같이 자유로운 하락이 허용됐다면 후버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 실업률이 그렇게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점은 최저임금 정책이 없었던 1920~1921년(대공황 이전) 침체기와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1921년 실업률은 11.7%였지만 1922년에는 6.7%로 하락했고 1923년에는 2.4%까지 크게 낮아졌다.

1920~1921년 침체기에 비해 대공황 시기에 실湯活?매우 높았던 것은 후버 대통령의 잘못된 임금정책 탓이 가장 컸다. 최저임금을 오늘날처럼 법으로 강제했다면 실업률은 실제 역사보다 더 높아졌을 것이다.

전용덕 <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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