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막말에도 대선후보 지지율 1위…트럼프 인기 실체는

입력 2015-07-26 10:57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2016 미국 대선 레이스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명망 정치가문 대결 구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트럼프는 출마 선언 자리에서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에 비유하며 포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한달여 간 온갖 막말 퍼레이드를 이어가면서 미 대선 관련 뉴스가 온통 그의 막말 논란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것이다.

최근에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향해 '포로로 잡힌 사람이 무슨 전쟁영웅이냐'며 조롱하는 등 다른 공화 후보들도 싸잡아 공격하더니 급기야 21일에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개인 전화번호를 대중에 공개하는 기행까지 저질렀다.

이에 그레이엄 의원도 자신의 휴대전화를 박살 내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경선이 초반부터 막장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막말과 기행을 그저 한 괴짜 억만장자의 돌출행동 또는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그의 지지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25일(현지시간) 발표된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의 공화당 후보 대상 공동 여론조사(7월18∼20일·1000명) 결과 트럼프는 28%의 지지율로 2위인 부시 전 주지사(14%)를 더블스코어로 앞섰다.

앞서 지난 16∼19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24%의 지지율을 기록해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13%)와 부시 전 주지사(12%)를 멀찌감치 따돌리는 등 각종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이런 인기 비결에 대해 미 언론은 대체로 보수층 결집, 그의 성공신화에 대한 두터운 팬층 등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민자는 범죄자라거나 이들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식의 '돌직구' 화법이 마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주는 듯한 효과를 유발, 그러잖아도 쇠락하는 미국의 지위에 상심해있던 보수층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미국 언론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인기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반짝인기로 끝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등장 직후부터 그의 인기를 두고 "유명 연예인이 정치에 뛰어든 것으로 보는게 맞다",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유권자들의 변화된 표심을 반영하고 있다", "어릿광대의 놀음에 불과하다" 등 극과극으로 해석이 갈렸다.

다만 대체로 미국 언론은 출마를 선언한 직후부터 트럼프가 얻은 적지 않은 지지도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 조사를 보면 이제 트럼프 관련 기사는 주요 신문의 1면에 하루 평균 22차례나 등장한다. 또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공화당 대선 관련 기사에서 트냘?관련 내용이 무려 46%에 달한다.

구글을 통해 공화당 대선 후보를 검색한 사람의 60% 이상이 트럼프를 검색했다. 부시 전 지사의 경우 공화당 대선 관련 기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불과했고, 구글 대선 후보 검색에서도 9%에 머물렀다.

그러자 워싱턴포스트의 국내면 에디터 캐머런 바는 "트럼프 현상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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