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보수가 ‘전관예우’라는 관행이 계속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던 것을 생각할 때 사법개혁의 희망을 품게 하는 개혁적인 판결이라고 본다. 재판에 영향력이 있는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사건을 맡아 무죄, 감형, 집행유예 등을 이끌어내고 그 대가로 고액의 성공보수를 받는 것이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이 나라 법조의 어두운 관행이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이 때문에 나왔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1999년 대통령 자문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형사사건 성공보수 금지를 결의한 것을 시작으로 17대, 18대 국회에선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개정안도 제출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우리와 일본 정도에서만 관행으로 남아 있었으나 일본은 형사사건에서 대부분 국선변호사를 운용하고 있어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사법부는 이번 판결을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당장 변호사 보수 체계를 투명하게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변호사 수임료는 불투명하고 통계도 없으며 세원추적도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다. 성공보수를 못 받게 된 만큼 변호사들이 처음부터 수임료 자체를 과다하게 책정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그런 부작용이 생긴다면 법조 신뢰를 영영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변호사들의 자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직후 나온 대한변호사협회의 성명은 놀랍고 황당하다. “사법 불신의 원인을 잘못 파악한 판결을 조속히 폐기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공익기능까지 겸하고 있는 대한변협으로서는 부끄러운 성명이다. 일부 변호사는 성공보수에 대해 자본주의 체제를 운운했다지만 이는 시장원리와는 상관없는 뒷거래일 뿐이다. 법조가 정의롭지 않으면 사회는 부패의 악취를 풍기게 된다. 대체 전관예우라는 단어가 춤추는 나라에 무슨 정의가 있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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