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기업가 정신] 김홍국 하림 회장"대기업 차별 규제와 중소기업 과잉 지원이 기업가 정신 죽이고 있다"

입력 2015-07-26 21:13  

전경련 하계포럼 특강

성장의지 꺾는 한국…'도와주면 잘하겠지'라는
票만 생각한 정치 논리가 기업 더 어렵게 만들어

팬오션 '승자의 저주' 없다
해운-곡물업 시너지 커…곡물 수요처 계속 늘릴 것



[ 강현우 기자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은 “대기업을 차별하는 규제와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책이 기업가 정신을 죽이고 있다”고 25일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강원 평창에서 연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으니 정부가 아무리 투자하라고 해도 미래를 위해 제대로 투자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같이 밝혔다.

◆“차별 규제가 기업가 정신 죽여”

김 회장은 병아리 열 마리로 축산업을 시작해 중소기업, 중견기업을 거쳐 국내외 계열사 50개, 자산 5조원의 대기업으로 키워낸 기업가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았으면 이런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실천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도 없다는 게 기업?정신”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걸고 창업을 장려하고 있지만 지원을 늘린다고 해서 실제로 잘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은 씨앗”이라며 “잘 크려면 물과 영양분과 기온이 잘 맞아야 하는 것처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은 규제가 너무 많아 기업가 정신이 싹트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2000년 이후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고 대기업은 옥죄면서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의지를 꺾고 있다”며 “‘도와주면 잘할 수 있다’는 식의 정치 논리는 결국 기업을 지원에 기대게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다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갈수록 줄고 창업기업 생존율(창업 5년 후 존속)이 20%도 안 되는 것만 봐도 차별적인 규제와 지원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정치인들은 표도 좋지만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기업인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법질서 준수, 이익 창출, 나눔 실천 등을 포괄하는 윤리경영을 꼽았다. 그는 “한국에선 백 번 잘하다가 한 번 못하면 비난받고 특히 대기업으로 가면 더 심해진다”며 “기업이 성장하려면 윤리경영을 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팬오션으로 곡물사업 본격 확대

김 회장은 최근 인수한 해운회사 팬오션(옛 STX팬오션)에 곡물사업부를 둬서 새 먹거리인 곡물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3%로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곡물사업은 큰 해운사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하림이 쓰는 곡물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국내 곡물 수요자들로 공급처를 늘린 뒤 동북아시아에 공급하는 쪽으로 확대하면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곡물을 싣고 온 배에 다른 물품을 실어 내보내면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해운업 불황으로 팬오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다른 해운회사들은 호황일 때 비싼 값에 빌려온 배를 많이 갖고 있어서 부담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팬오션은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비싸게 빌린 배를 다 정리했다”고 전했다. 그는 “팬오션은 옛 범양상선이나 STX팬오션 시절 벌크업계에서 세계 3위 안에 들었던 DNA가 있다”며 “벌크선운임지수(BDI)도 상승 추세에 있으므로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림은 지난달 법정관리를 받던 팬오션을 1조79억5000만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서 내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편입된다.

평창=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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