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임기택 사무총장 "한국 조선해양산업 한계 봉착…국제기준 선도하며 파워 길러야"

입력 2015-07-26 21:29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선출된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

IMO 규정, 한국에 미친 영향 30년간 153조원
정보기술 활용 등 선진규범 많이 제안해야

171개 회원국 협력체제 구축으로 동반성장
한국, 국제기구 진출할 인재 적극 육성해야



[ 김태현 기자 ]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최근 ‘세계 해양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한국인이 해양 관련 국제기구 수장 자리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함께하는 항해(A Voyage Together)’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임기는 내년 1월1일부터 4년이다. IMO는 1959년 설립된 해양안전, 보안 및 환경보호를 위한 유엔 전문기구로 한국은 1962년 가입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회원국은 171개국, 직원은 300여명이다.

임 사무총장 당선자는 IMO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선원으로 4년 넘게 배를 탄 뒤 해양안전전문가로 변신해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해양수산부 과장과 국장 시절 3년씩 영국 IMO에 파견됐다. ‘영국신사’라는 별명은 그때 붙여진 것이다.

최근 1주일?영국 등 유럽에 다녀온 임 당선자를 부산 중앙동 부산항만공사 사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구성된 171개 회원국이 공정한 체제 아래서 함께 도약하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조선과 해운산업은 세계 1위, 5위지만 요즘 침체에 빠져 있다”며 “부진을 털고 재도약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이 해양강국으로 뻗어나가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후보들보다 출마가 늦었는데도 IMO 사무총장에 당선됐습니다.

“국제해양 분야의 수장이 되려면 폭넓은 국제 경험과 탄탄한 영어 구사력, 네트워크가 있어야 합니다. 해양대학을 나와 5년 가까이 배를 타면서 해양을 경험했습니다. IMO가 스웨덴 말뫼에 세운 세계해사대학에서 공부(석사학위)하면서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 해양국 공무원들과 인맥을 쌓았습니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대표로 수차례 영국에서 근무하고 국제대회에 참가한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해양국가라는 한국의 위상과 정부의 총력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IMO에서 중점 추진할 당면 과제는 무엇입니까.

“IMO의 정책과 법제 개정은 각국의 경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선박 규제가 강화되면 그에 맞춰 구조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죠. IMO에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갈등이 상존하는 이유죠. 갈등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문제 합의안을 도출해내야 합니다. 개도국들은 배가 낡아 부담스러워합니다. 선박 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항법체제 구축, 불법조업 문제, 세계 선박모니터링제도 구축 등도 우선적으로 해결할 생각입니다.”

▷국제해양사회에서 한국 위상은 어떻습니까.

“미국 호주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이 해양세력 파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중진국은 브라질 인도 중국 러시아 등이 있죠. 우리는 중진국과 개도국 사이 정도에 있습니다. 일본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해운과 조선 등에서 국가의 파워가 있어야 국제사회에서 입김이 셉니다. 제도를 바꾸면 곧바로 경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국가 간 입장이 첨예한 부분이 많습니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오가며 탄력적으로 움직일 생각입니다.”

▷IMO가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인데요.

“IMO는 해운·조선 관련 안전, 해양환경 보호와 해적 퇴치, 해상보안, 해운물류·해상교통 등 바다와 관련된 대부분의 국제규범을 제정하거나 개정하고 기술협력 부문을 관장합니다. 1996년 유조선의 이중선체 안전규제법이 도입됐습니다. 유조선 가격이 상승하고 신조(新造) 발주가 이어져 세계 조선산업을 크게 도약시키는 계기를 마련했죠. 최근 선박평형수 환경규제가 도입돼 대당 수억원에 이르는 처리설비 시설이 의무화됐습니다. 해양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선점하는 국가만이 블루오션시장에서 이익을 누릴 수 있죠.”

▷IMO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1981년부터 2013년까지 IMO 국제규범 변화가 한국에 미친 경제적 영향은 153조원으로 추산됩니다. 해운조선산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다고 볼 수 있죠. 앞으로 남극과 북극의 개발과 보존, 기후변화 대응,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e-내비게이션 의무화 등의 문제도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회원국들은 안전 환경 관련 국제규범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국제 추이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사무총장 당선으로 한국의 해양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습니다.

“IMO에는 의미 있는 많은 정보가 모입니다. 한국이 좋은 내용을 IMO에 제출해 국제규범이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에요. 세계 환경의 변화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추격자에서 벗어나 정보 흐름을 읽어내며 규정을 정하는 선도자가 돼야 합니다. 한국의 해양파워를 해외에 전파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힘을 쏟을 겁니다. 바다사고가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의 정보통신 첨단기술을 선박에 적용해나갈 계획입니다. 세계 6위 컨테이너 항만으로서 위상을 더 높이고 항만배후지 산업화를 지원하겠습니다. 특히 부산 문현금융단지에 들어선 금융회사들과 연계해 선박금융과 선박매매 등 고부가가치 금융산업을 활성화하고 전문가 육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세계 해양전문가들이 부산 등 한국을 오가면서 네트워크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선거 과정에서 느낀 점이 많았을 텐데요.

“고된 시험을 치르는 느낌이었죠. 4년 전 예비후보로 올랐지만 국내 후보에 밀려 출마의 꿈을 접었습니다. 이번에 재수해 성공한 셈입니다. 지난 3월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합동면접 형식의 ‘혹독한 검증’을 거쳐 대표로 확정됐습니다. 정부 심사 후 27개국을 돌며 표를 호소하고 면접을 봤죠. 비행기에서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1차투표에서 10표를 얻어 12표를 얻은 덴마크 대표에게 뒤졌으나 6차투표에서 26표 대 14표로 뒤집어 당선됐습니다. 특히 저를 지원해준 스페인 대표에게 취임 전까지 스페인어를 배우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선거 기간 27개국을 다녔는데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성장에 놀라워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발전 노하우가 뭐냐며 자신들의 롤모델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K팝’에 감사합니다. 저는 ‘강남스타일’ 춤을 잘 모르는데 많은 사람이 춤을 추면서 엄지손가락을 들며 응원해줬습니다. 개도국에서 교육 등을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여야 합니다.”

▷언제부터 국제 해양무대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나요.

“고향이 경남 마산인데 어릴 때 매일 바다에서 놀았습니다. 집에서 300m만 나가면 바다였죠. 상선이 오면 배에도 올라가보고 도선사 배도 타보고 했죠. 바다에 자연스럽게 정을 느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해상왕 장보고처럼 바다를 오가는 ‘글로벌 맨’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죠.”

▷해양 국제기구 진출을 계기로 더 많은 국제기구 진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영토분쟁을 다루는 국제사법재판소나 동해 표기 문제를 다루는 국제수로기구에도 많은 한국인 국제공무원이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IMO에는 직원 300여명 중 김성태, 민경태 씨 등 두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에 진출하려면 회원국 멤버들의 활동을 심층 분석하고, 일본과 같은 국제인맥 구축을 능가하는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분야를 매우 소홀히 했습니다. 이제捉?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해야 할 것입니다.”

임기택 사무총장은…

활발하고 호탕한 성품의 임기택 IMO 사무총장 당선자(부산항만공사 사장)는 30년 가까이 해양과 항만 분야 외길을 걸으며 잔뼈가 굵은, 말 그대로 ‘마린 맨’이다. 어릴 적 바닷가에서 포탄 껍데기를 주어 고물상에다 판 돈으로 만화책을 봤던 개구쟁이였다. 해군 ROTC를 거쳐 4년7개월 동안 외항선을 탔다. 이때 1등항해사 자격증도 땄다. 행정과 해사법 등에 정통하고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1984년 해운항만청 사무관 특채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28년간 해사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IMO 연락관과 IMO 산하기관 의장 등을 거치며 IMO 관련 업무를 도맡았다.

△1956년 경남 마산 출생 △한국해양대 항해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대학원, 스웨덴 세계해사대학 행정학 석사, 한국해양대 대학원 해사법학 박사 △유엔 국제해사기구(영국 런던) 파견관 △런던해무관클럽 회장 △해양수산부 해사기술담당관 △국제해사기구(IMO) 산하 협약준수전문위원회(FSI) 의장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장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 의장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부산항만공사 사장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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