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금리인상후 속도 조절할 듯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y( )a+bx, y는 달러 강세, x는 미국 금리 인상. 여기서 ( )는 항등식을 의미하는 ‘≡’일까 방정식을 표시하는 ‘=’일까. 7월 28~29일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를 앞두고 월가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이색 논쟁이 일고 있다. 항등식이란 변수 값과 관계없이 항상 ‘참’인 경우를, 방정식은 변수 값에 따라 ‘참’ 또는 ‘거짓’이 될 수 있는 식을 말한다.
2012년 12월 Fed는 전통적 목표인 물가안정에 고용창출을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1913년 Fed 설립 이후 100년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그 후 양적 완화 종료와 같은 중요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보다 고용창출에 더 우선순위를 둬 추진해오고 있다.
Fed가 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것은 고용창출 목표가 달성됐기 때문이다. 미국 실업률은 올해 2월 이후 5개월 연속 5.6%를 밑돌고 있다. 6월에는 5.3%까지 떨어졌다. 노동시장 참가율, 임금 상승률, 정규직 고용비율 등 ‘옐런의 질적 고용지표(Yellon’s Dashboards)’에 다소 문제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다. Fed가 추정하는 완전고용 수준은 실업률이 5.2~5.5%일 때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작년 3분기 5%에 달했던 성장률이 올 1분기에는 0.2%까지 떨어졌다. 미국 동부지역의 한파, 서부 항만노조 파업, 달러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 진행된 달러 강세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수출이 부진하고 무역적자도 다시 확대되고 있다.
물가도 문제다. 통화유통속도, 통화승수와 함께 3대 경제활력지표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3년 동안 Fed의 목표치 2%를 크게 밑돌고 있다. 월별 지표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들어서는 ‘D’ 공포가 우려될 정도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지는 달이 자주 있었다. 미국 경제 장기침체론이 나오는 원인 중 하나다.
Fed의 두 책임자인 재닛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달러 가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양적 완화를 종료한 작년 10월 말 이후 달러 강세에 대해 일관되게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피셔 부의장도 경쟁국에 인위적인 ‘통화 약세정책’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와 무역대표부도 Fed와 같은 입장이다.
달러 강세는 그 자체적으로 출구전략 성격을 띠고 있다. ‘그린스펀 수수께끼(정책금리 인상→장기금리 인하→달러 약세→경기 과열)’처럼 금리 인상이 달러 약세를 초래하는 것도 문제지만 금리 인상이 지나친 달러 강세를 초래한다면 더 큰 문제다. 자칫 ‘옐런 실수(정책금리 인상→장기금리 급등→달러 강세→경기 재침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전·현직 의장이 가장 신뢰하는 ‘퍼버스(Ferbus)’를 이용해 달러 강세 영향이 얼마나 큰지 추정해보자. 퍼버스는 대내외 변수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Fed 산하의 거시경제 계량모델이다. 매 분기 발표되는 Fed의 미국 경제 전망치도 이 모델을 근거로 한 추정치다.
퍼버스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오르면 첫 분기에는 성장률이 0.08% 떨어진다. 그 후 생산·소비·수출 등 각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2년 뒤에는 성장률이 0.7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온다. 현재 성장률이 2%라면 1.25%가 된다는 의미다. 이 경우 고용목표가 다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에 미치는 충격은 더 크다. 달러 가치 10% 상승 후 소비자물상승률이 첫 분기에는 0.1%포인트, 연간으로는 0.4%포인트 비교적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목표치 2%로 끌어올려야 하는 Fed로서는 고용목표보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물가가 받쳐주지 못하면 ‘장기침체론’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역풍도 우려된다.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면 각종 ‘캐리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국제원자재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외화보유가 부족한 원자재 수출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크게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Fed는 금리 정상화와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려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다. ‘슈퍼 달러 시대가 도래한다’고 할 매?지나친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금리 인상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 7월 회의 직전에 노출된 금리 인상 경로처럼 첫 금리 인상은 계획대로 가져가되 그 뒤 인상 속도는 지나친 달러 강세를 유발하지 않도록 조절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답을 달아야 할 때다. y( )a+bx의 ( )는 ‘≡(항등식)’이 아니라 ‘=(방정식)’이다. 난맥상을 보이는 한국 경제를 풀기 위해서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고 실제로 오르고 있다. 하지만 Fed의 금리 인상을 이유로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은 실현될 가능성이 낮고 우리 경제로 봐서도 좋을 것이 없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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