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젊은 사업가 커플인 소피 던도빅과 올리에 스프렉. 이들은 런던 동쪽의 해크니(Hackney)를 지나는 운하에서 삽니다. 물 위에 떠 있는 소형 보트가 이들의 집입니다. 런던 시내의 주택 가격이 워낙 비싸 보트로 옮겨온 것이죠.
영국 일간 텔레크래프의에 따르면 집값이 비싼 영국 런던에서는 중산층이나 서민들의 대안 주택으로 소형 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하우스보트(houseboat) 족(族)’들입니다.
던도빅 커플이 살고 있는 투 베드(2 bed) 짜리 하우스보트의 월세는 700파운드(약 125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인근 스튜디오 아파트의 월세가 1500파운드(약 273만원) 정도 한다고 하니, 거주 비용을 절반 정도 아끼고 살아가는 셈이죠. 던도빅은 “우리는 작은 베니스에 살고 있다”며 “(하우스보트는) 가장 값비싼 지역의 한 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 커플처럼 하우스보트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 확실한 기반을 잡지 못한 청년 사업가나 샐러리맨 뿐 아니라 사진가, 교수, 지압사, 은퇴한 커플 등 실로 다양하다고 합니다. 현재 영국의 운하를 떠다니는 하우스보트 수는 최근 5년간 50% 증가했다고 합니다. 거주자들은 약 3만3000명에 이릅니다.
원래 템스강을 비롯한 영국의 하우 볶맥??부유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여름별장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죠. 이런 하우스보트는 보통 5개의 침실을 갖추고 있고 승용차 4~5대 등은 가뿐히 실을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 것들입니다. 이런 호화스러운 하우스보트의 가격은 185만 파운드(약 33억원)에 이른다고합니다. 현지 부동산포털 주플라(Zoopla)는 킹스턴 등의 5개 침실을 가진 주택의 가격이 220만 파운드(약 40억원)인 만큼 하우스보트를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던도빅 커플 등이 거주하는 소형 하우스보트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일부 보트는 화장실이 갖춰져 있지 않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겨울에는 스키파카를 입고 지내기도 합니다. 연료비와 보트를 수로에 정박할 때 내야 하는 ‘계류비’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런던의 시민들이 하우스보트에 몰리는 건 해마다 치솟는 집값 때문입니다.
영국의 자선단체인 섈터(Shelter)에 따르면, 첫 주택을 구입하려는 연 평균소득 3만748파운드(약 5594만원) 정도의 구매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은 영국 전역에 걸쳐 6채 가운데 1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전세난에 주거난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영국처럼 소형보트족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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