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교육열'이 캠퍼스 자살 늘렸다

입력 2015-07-29 11:16   수정 2015-07-30 11:39

<p>[QOMPASS뉴스=전기석 기자] 미국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재학생인 캐슬린 드윗은 고교재학 시절 주 내에서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이었다.</p>

<p>그녀는 육상선수였고, 8개의 에이피(AP, 고교 시절에 미리 이수하는 대학과목 시험)를 이수하고, 동료 학생들을 상대로 그 중 한 과목을 가르치기도 했다.</p>

<p>그녀의 시험성적이 온라인에 오를 때마다 엄마는 이를 보고 논평해주는 첫번째 사람이었다. 캐슬린의 점수가 내려갈 때면, 엄마는 그녀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네 점수가 내려간 것을 봤다"고 말하곤 했다.</p>

<p>캐슬린은 그때마다 "그건 실수에요"라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그렇지? 내가 생각한대로야?"라며 딸의 변명아닌 변명을 받아주었다. 내려간 점수가 타이핑 실수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캐슬린은 모든 과목에서 이렇게 A학점을 받고 졸업했다.</p>

<p>펜실베이니아대에 입학한 첫 2주 동안 캐슬린은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같은 기숙사를 쓰는 동아리에 가입했고, 초등학생 지도를 위한 자원봉사 모임에도 지원했다. 부모가 스탠퍼드대학교에 재학중일 때 다녔던 같은 기독교 모임에도 가입했다.</p>

<p>이 과정에서 주변의 모든 학생들이 자기보다 더 능력있고 추진력있는 것처럼 보였다. 입학 뒤 첫 감정은 자기에 대한 회의감이였다.</p>

<p>"한 친구는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트 선수였다. 다른 친구는 인텔 과학 경연대회 우승자였다.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 훌룡하고 감탄스러웠고, 나도 그들처럼 감탄스럽기를 원했다."</p>

<p>반 친구들은 그녀가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매일 아침, 학교 당국은 교원과 학생의 성과를 알리는 이메일을 보내줬다. 어떤 여학생들은 완벽한 화장을 하고 수업에 참가하기도 했다. 반면 캐슬린은 얼굴에 여드름이 있었다.</p>

<p>친구들은 환상적인 인턴 자리에 대해 말했지만, 캐슬린은 숙제하기도 바빴다. 친구들의 생활은 자기보다 더 재미있고, 더 좋은 파티에 참가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식사들은 더 맛있어 보였다.</p>

<p>캐슬린의 자신감은 수업 때 자기 옆에 앉는 한 남학생의 핸드폰 메시지를 보고나서 무너졌다. 그 남학생은 자기 짝인 캐슬린과 얘기하느니 차라리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p>

<p>2014년 1월17일 신입생인 메디슨 홀러랜이 학교 주차장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캐슬린은 그를 만난 적이 없지만 그녀가 아주 인기 많고, 매력적이고, 재능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p>

<p>캐슬린은 곧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 빌어먹을 계집애야!? 내가 먼저 가야 할 사람이었어! 너는 살아야 할 많은 이유가 있었어."</p>

<p>캐슬린은 이미 그 때 칼을 샀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들을 써놓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펜실베이니아대 입학 뒤 자살을 시도했던 캐슬린이 상담에서 털어놓은 자신의 이야기이다.</p>

▲ 미국의 정신건강 상담단체인 액티브마인즈가 매해 자살하는 대학생 1100명의 숫자를 상징하는 같은 수의 학생 배낭을 보여주는 퍼포먼스 전시회를 열었다. (사진=Credit Activeminds.org)
<p>♦ 미국 명문대 재학생 자살 늘어</p>

<p>미국의 명문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자살이 늘고 있다. 극심한 경쟁,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압박, 자신을 미화하는 소셜미디어 문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p>

<p>미국 <뉴욕타임스>는 7월28일 보도한 '캠퍼스 자살과 완벽함에 대한 압박'이라는 기사에서 최근 미국 명문대에서 재학생들의 자살이 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학교 쪽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도했다.</p>

<p>미국의 명문대 클럽을 일컫는 아이비리그의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는 지난 13개월 동안 6명이 자살했다.</p>

<p>아이비리그의 하나인 코넬대학교에서는 2009~2010년 사이에 6명, 뉴욕대학교에서는 2003~2004년 사이에 5명이 목숨을 끊었다. 뉴올린즈에 있는 명문 툴레인대학교에서도 올해 4명이 자살했다.</p>

<p>미국에서 15∼24세 사이 인구 가운데 자살하는 비율은 2007년 10만 명당 9.6명에서 2013년 11.1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p>

<p>젊은층 사이에서 자살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주위의 기대를 모으는 명문대 재학생들의 자살이 특히 늘어나는 것은 학내에서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p>

<p>재학壎湧?잇단 자살에 직면한 펜실베이니아대는 캠퍼스 내 정신건강을 점검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해 보고서를 냈다.</p>

<p>이 보고서는 캠퍼스 내에 생명을 위협하는 문화가 있음을 인정했다. 보고서가 '펜 페이스'(펜실베이니아대의 얼굴)라고 명명한 이 문화는 슬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행복을 가장하고 자기 확산에 찬 것 처럼 보이려는 행태를 묘사하는 용어로, 학생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p>

<p>자살한 매디슨 홀러랜은 육상팀의 스타였고, 모델 같은 외모를 갖고 있어 인기가 많았다. 매디슨은 인스타그램에 화려하고 예쁜 사진을 종종 올려놓았다. 하지만, 매디슨의 언니 애슐리는 동생이 항상 "친구들에 비해 인기가 없다"고 걱정했다고 말했다.</p>

<p>명문 듀크대에서도 지난 2003년 비슷한 보고서를 내놓아 교육계를 놀라게 했다. 듀크대의 보고서는 여학생들이 영리하고, 성공적이고, 멋지고, 아름답게 '타고난 완벽함'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고 분석했다.</p>

<p>♦ 소셜미디어 영향 '오리 증후군' 증가</p>

<p>이는 '오리 증후군'으로 불리며, 미국의 다른 명문대인 스탠퍼드대에서도 알려졌다. 물 위에서는 우아하게 보이지만, 물 밑에서 열심히 물질을 하는 오리를 지칭하는 말이다.</p>

<p>미국 대학 상담센터들은 센터를 방문한 학생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런 학생들이 2년만에 13%포인트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도 내놨다.</p>

<p>자신을 외부에 화려하게 치장해 보이는 소셜미디어 문화의 영향도 자살률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p>

<p>코넬대학교 심리상市弩?그레고리 엘즈 소장은 잇단 학생들의 죽음에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크다고 분석한다.</p>

<p>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남들과 비교를 통해 가늠하려 한다는 사회비교 이론은 수십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고도로 계산된 모습만 드러내는 소셜미디어는 이 비교문화의 위험성을 더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p>

<p>그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는 착각에 빠져있다고 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소셜미디어에 드러나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이 '나는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고 분석했다.</p>

<p>다른 한편으로는 소셜미디어에서 '못생긴 셀카' 사진을 올려 서로 교환하자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아름답고 예쁜 사진만 돌리는 세태를 비판하며 주도하는 움직임이다.</p>

<p>♦ '헬리콥터 맘' 이어 '잔디깎기 부모' 등장</p>

<p>자식들이 제 발로 일어설 기회를 빼앗는 부모들의 '지나친 조력과 압박'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p>

<p>성인이 되어서도 자식의 주변을 돌면서 모든 것을 챙겨주는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라고 한다. 이런 부모들의 지나친 성공 중심주의가 자녀들에게 넘지못할 성공 기준선을 설정한다는 것이다.</p>

<p>학생 주변을 맴돌며 감독하던 헬리콥터 부모에 이어 이제는 아예 자식 앞에 나타나는 장애물도 미리 제거해주는 '잔디깎기 부모'까지 등장해 자식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p>

<p>학내 상담사들은 극심한 경쟁 못지않게 외형적 성공을 중시하고, 자녀들의 독립기회를 앗아가는 부모들도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p>

<p>스탠퍼드대학 1학년 담당 학장 줄리 리트콧-하임스는 부모가 수업등록을 도와주러 직접 오거나, 심지어 교수 면담까지 신청하는 모습을 직접 경험했다.</p>

<p>그는 "이런 부모들의 사랑은 자식을 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숨을 조인다"며 "자녀들이 성공과 실패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p>



전기석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기자 kiseok@qompa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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