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상속세 부담 경감한 만큼
중소·중견기업 대물림 늘어나길
김봉래 < 국세청 차장 >
일본의 곤고구미(金剛組)는 사찰 건립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장인에 의해 578년 설립된 사찰 전문건축회사로 2006년 파산할 때까지 세계 최장수기업으로 기록됐다. 쌍둥이칼 로고로 잘 알려진 독일의 헹켈은 1731년부터 칼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오스트리아의 스와로브스키는 1895년 크리스털 액세서리를 만들기 시작해 5대째 이어오고 있다.
이같이 선진국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 많다. 2011년 한국은행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년 이상 장수기업은 일본이 3113개사로 가장 많고 그 뒤를 독일(1563개사), 프랑스(331개사) 등이 잇는다. 한국은 근대화의 역사가 짧고 6·25전쟁을 거쳐 산업기반이 많이 파괴된 영향 등으로 100년 이상된 기업은 두산(1896년 설립), 동화약품(1897년 설립) 등 7개사에 불과하다.
역사가 오래된 장수기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산업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기업 입장에서 지속적인 투자 및 기술개발 등 혁신을 이뤄야 생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거시적으로 산업생산, 고용증대 및 소비활성화 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경제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중소·중견기업 창업세대 경영자들이 고령화하면서 가업승계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가업승계란 기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그 기업의 소유권 또는 경영권을 다음 세대에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업승계를 고려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속세 등으로 인해 기업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세금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가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가업상속재산에 대한 연부연납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란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하면 상속공제를 해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제도다. 지난해부터 가업승계 대상 기업 범위를 매출 2000억원 이하에서 매출 3000억원 미만으로 올리고, 가업상속공제액 한도도 최대 500억원으로 확대해 보다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승계 시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생전에 자녀에게 가업을 사전 승계할 계획이 있는 중소중견기업 창업자라면 가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를 통해 증여세 과세가액 100억원까지는 낮은 증여세율(10%, 20%)을 적용받을 수 있다. 또 가업상속재산에 상당하는 상속세에 대해서는 일반상속재산의 연부연납기간(7년)보다 더 긴 거치기간을 포함해 최장 15년의 연부연납기간을 적용받아 상속세를 여러 해에 걸쳐 분할납부할 수도 있다.
국세청은 유망 중소기업 등이 원활하게 기업을 승계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가업승계가 이뤄진 기업이 사회적 고용 유지책임 등을 다하는지 사후관리하고 있다. 가업승계란 단순한 부(富)의 이전이 아니라 기업이 키워온 기술과 노하우 등 무형의 자산과 고용 유지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도 이어가는 것이기에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해 기업 대물림 환경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수백 년 이상 가는 명문 장수기업들이 많이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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