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월세의 80% 이하로 임대료 책정
[ 홍선표 기자 ] 서울시가 민간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제도를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나선다.
리츠를 통해 건설 비용을 마련한 뒤 서울시 산하 주택공기업인 SH공사 등이 소유한 땅과 시유지 등에 싼 임대료의 주택을 짓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서울리츠 설립·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첫 사업지로 은평뉴타운 내 부지(진관동)를 선정했다고 30일 발표했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펀드의 일종이다. 보통 자산운용사가 리츠를 설립·운영하지만 서울리츠는 SH공사가 설립과 운영을 맡아 임대주택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임대료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임대주택은 서울시와 자치구, SH공사가 보유한 토지에 주로 지어진다. 서울시는 우선 은평구에 1000여가구를 건설하고 영등포구(450가구) 양천구(392가구) 강남구(374가구) 등에도 추가로 짓는다는 방침이다. 2018년까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에게 2만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역세권과 재개발 중단 지역 등에도 이 방식의 임대주택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역세권 토지에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역세권형’, 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구역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비사업형’, 사용되지 않고 있는 민간 부지를 활용하는 ‘소규모 민간토지형’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리츠를 통해 짓는 임대주택 물량의 80%가량을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에게 집중 공급하기로 했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 이하 수준에서 책정하고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하로 제한할 방침이다. 입주자는 월세와 보증부 월세(반전세) 중 선택할 수 있다. 최장 10년까지 임차해서 살 수 있다.
SH공사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 자금도 모집할 계획이다. 임대주택 완공 뒤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이 확보되면 리츠를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SH공사가 예상하는 일반투자자의 예상 수익률은 연간 5% 수준이다. 배당 뒤 남는 수익은 SH공사의 임대주택건설 재원으로 사용한다. 김우진 SH공사 기획경영본부장은 “임대주택을 짓는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서울시와 SH공사로부터 임차해 사용하기 때문에 리츠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시는 이 임대사업용 토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시·구유지와 사용하지 않는 민간토지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토지뱅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리츠는 민간자금과 공공의 안전성이 결합한 임대주택 공급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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