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價보다 80% 이상 높은 수준
1조 제시한 채권단과 가격差 커
포스코플랜텍 검찰 수사로
미래에셋 등은 '헐값 매각' 경계
[ 좌동욱/김순신 기자 ]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놓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과 채권단이 본격적인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박 회장은 인수 가격으로 약 6000억원을 채권단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가에 8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30일 종가 기준)을 보탰지만, 채권단 기대치(1조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와중에 포스코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로 ‘헐값 매각’ 시비 우려가 커지면서 협상 타결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당 3만4000원 vs 5만9000원
30일 금호그룹과 채권단에 따르면 박 회장 측은 금호산업 채권단을 대표해 매각 협상을 주도하는 산업은행 측에 금호산업 주식 인수 가격을 주당 3만4000원 안팎으로 구두 제안했다. 매각대상 지분 50%(1732만여주)로 따지면 약 5900억원. 금호산업 최근 4개월 평균 주가(2만원)보다 70%, 채권단의 실사 가격(3만1000원)보다 10%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는 채권단의 실사 가격에 이미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던 당초 입장보다 진전된 안이다. 하지만 채권단 희망 매각가(주당 5만9000원, 총 1조218억원)의 60% 수준에 그쳐 양측 입장 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박 회장과 산업은행 협상팀은 지난 29일 처음 만났지만 서로의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가격 차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금호산업 자회사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가치를 서로 달리 평가하고 있어서다. 박 회장 측은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탰지만 채권단은 국적 항공사(아시아나항공)의 가치를 단순히 시가로 계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던 금융회사들은 투자 원금을 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포스코플랜텍 수사, 매각 변수로
향후 실무 협상을 통해 간극이 좁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양측 희망가격은 협상의 출발점”이라며 “중간 지점에서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상장회사들의 인수합병(M&A) 경영권 프리미엄(30~60%)에 비해 채권단 희망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채권단 희망가격은 시가의 세 배 수준이다.
다만 포스코플랜텍 주식 ‘헐값 매각’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금호산업 매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는 것이 걸림돌이다.
2010년 3월 포스코가 옛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성진지오텍 보유지분(우선주 포함)을 포스코 측에 매각했던 산업은행과 미래에셋 등 금호산업 주요 주주들은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금호산업 주식 매각 과정에서 이 같은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익을 남기고 팔았는데도 헐값 매각 의혹이 나오는 상황에서 원금 손실을 내고 팔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며 “(금호 측과)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좌동욱/김순신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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