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RI 경영노트] 중국 모바일 기업들의 '신창타이' 전략

입력 2015-07-31 07:00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중국 경제의 키워드 중 하나는 ‘신창타이(新常 )’다. 중국 경제가 성장률 10% 전후의 고성장 단계를 지나 7~8%의 중고속 성장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고성장기와는 다른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은 신창타이의 전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은 최근까지 매년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 덕분에 중국 스마트폰시장은 4억대가 넘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시장의 성장률은 20%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10% 수준, 내년은 한 자리 수준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불과 2년 만에 고성장시장이 저성장시장으로 급전직하하는 것이다.

고성장을 거듭한 중국 스마트폰시장은 글로벌 규모의 기업을 쏟아내며 스마트폰시장의 경쟁구도를 뒤바꿔 놓았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상위 20개 기업 중 중국 기업 수는 2011년 2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0개로 절반을 차지했다. 말그대로 ‘시장이 기업을 키우는 시대’였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스마트폰시장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중국 모바일 기업들의 낙관적인 기대도 사라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수는 2014년 1월 94개에서 12월 71개로 4분의 1이 줄어들며 중국 스마트폰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기업 스스로가 혁신하고 성장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국 스마트폰시장의 신창타이에 대응하는 중국 모바일 기업들의 전략은 ‘짝짓기’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혼자서는 힘들고 오래 걸리는 혁신을 다른 기업과 손잡고 더 빠르게 실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갤럭시S6엣지가 출시된 이후 디스플레이 주변 테두리를 없앤 베젤리스(bezelless) 콘셉트가 스마트폰 경쟁의 중요한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엣지 모델의 핵심 기술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LG와 삼성 정도만이 상용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에는 가용한 대안이 아니다. 하지만 오포와 ZTE는 디스플레이 위에 특수한 광학구조를 더하는 방식으로 테두리를 감추는 특허를 확보하고 디스플레이 기업인 일본 샤프와 협력해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구현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짝짓기 전략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기술 장벽을 우회하는 전략인 셈이다.

샤오미의 짝짓기 전략은 사물인터넷(IoT)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샤오미는 ‘100 컴퍼니’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다수의 기업에 투자하고 협력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협력의 범위가 스마트폰 액세서리, 웨어러블, 가전은 물론, 헬스케어, 전구, 신발에 이르고 있어서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러나 IoT시장이 요구하는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고, 샤오미의 수익창출 기반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샤오미에는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서비스 기업 3인방도 짝짓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만드는 데 맞춰지고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2011년에도 자체 운영시스템(OS)을 개발해 자체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지만,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해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후 잊혀지는 듯하던 중국식 모바일 생태계 전략이 최근 샤오미의 성공으로 부활하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자체 OS와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짝짓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알리바바와 메이주(meizu)의 연합이다. 알리바바가 중소 스마트폰 제조사인 메이주와 파트너십을 맺고 5억9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메이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550만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던 메이주는 지난 1분기에만 450만대를 판매해 글로벌 톱20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짝짓기 전략의 성공이 이어진다면 중국을 시작으로 신흥시장 모바일 생태계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4년간 중국 시장은 고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경쟁을 뒤바꿔 놓았다. 이제 중국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중국 모바일 기업들이 짝짓기 전략을 통해 혁신 역량을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가져올 새로운 변화를 예상하고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배은준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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