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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작년까지 7년간 1등 당첨횟수로는 부산 부일카서비스(26회), 서울 상계동 스파(21회)가 발군이다. 평일에도 장사진을 이룬다. 3위는 8회로 뚝 떨어진다. 그러나 7년간 로또 판매액은 부일이 663억원, 스파는 1126억원이니 각각 25억원, 53억원당 1등이 한 번 나온 셈이다.
반면 서울 녹번동 바이더웨이(현재 세븐일레븐) 녹번중앙점은 7년간 24억원어치를 팔고도 1등이 5회 나왔다. 4억8000여만원당 한 번이다. 2위인 용인 로또복권방도 40억원어치를 팔고 1등이 다섯번 나와 8억원당 한 번이다. 숨은 로또 명당이란 게 보도내용이다.
이는 여태껏 공개된 적이 없는 통계다. 확률의 분모가 되는 모수(母數)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부일이나 스파의 줄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의원실과 언론들이 간과한 게 있다. 녹번동 편의점은 474회, 용인 복권방은 600회 추첨 때 누군가 같은 번호로 5장을 사간 게 1등에 당첨됐다. 이 경우 1등 당첨횟수는 사실상 1회나 마찬가지다. 부일카서비스의 1등 26회에는 546회 때 한 사람이 같은 번호로 산 10장이 당첨된 것도 포함돼 있다. 당시 1등이 30명에 달해 당첨금은 고작(?) 4억539만원이었다.
2년 전 천자칼럼에서 로또 명당은 확률에 대한 착시와 착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확률은 인간의 직관과 배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2년 말부터 지난주까지 총 660번 추첨해 4019명이 1등에 당첨됐다. 전국 6000여 판매점 중 한 번이라도 1등이 나온 곳은 1885곳이다. 판매점의 당첨확률을 따질 만큼 아직 표본이 충분치 못하다. 로또 명당에 집착하는 것은 포탄이 떨어진 곳에 또 떨어지길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로또 명당에 집착할수록 대박 나는 것은 판매점주다. 스파는 판매 수수료(5%)로만 7년간 56억원을 벌었다. 매년 8억원짜리 로또를 맞은 셈이다. 19세기 미국 골드러시 때 돈 번 사람도 마차·연장 제작자들이었다고 하지 않나. 진짜 대박은 로또붐을 부추긴 정부다. 총 판매액 35조원 중 복권기금으로 약 15조원을 챙겼다. 복권이 ‘저항없는 세금’이란 말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오늘 로또 추첨일인데 알고나 사자.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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