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로또 명당?

입력 2015-07-31 18:10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로또 명당은 솔깃한 뉴스다. 그래선지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이 기획재정부 자료를 받아 엊그제 발표한 보도자료는 20여개 매체가 기사화했다. 단순히 로또 판매액이 많은 곳이 명당이 아니라 판매액 대비 1등 당첨횟수가 많은 곳이 명당이란 게 요지다.

보도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작년까지 7년간 1등 당첨횟수로는 부산 부일카서비스(26회), 서울 상계동 스파(21회)가 발군이다. 평일에도 장사진을 이룬다. 3위는 8회로 뚝 떨어진다. 그러나 7년간 로또 판매액은 부일이 663억원, 스파는 1126억원이니 각각 25억원, 53억원당 1등이 한 번 나온 셈이다.

반면 서울 녹번동 바이더웨이(현재 세븐일레븐) 녹번중앙점은 7년간 24억원어치를 팔고도 1등이 5회 나왔다. 4억8000여만원당 한 번이다. 2위인 용인 로또복권방도 40억원어치를 팔고 1등이 다섯번 나와 8억원당 한 번이다. 숨은 로또 명당이란 게 보도내용이다.

이는 여태껏 공개된 적이 없는 통계다. 확률의 분모가 되는 모수(母數)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부일이나 스파의 줄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의원실과 언론들이 간과한 게 있다. 녹번동 편의점은 474회, 용인 복권방은 600회 추첨 때 누군가 같은 번호로 5장을 사간 게 1등에 당첨됐다. 이 경우 1등 당첨횟수는 사실상 1회나 마찬가지다. 부일카서비스의 1등 26회에는 546회 때 한 사람이 같은 번호로 산 10장이 당첨된 것도 포함돼 있다. 당시 1등이 30명에 달해 당첨금은 고작(?) 4억539만원이었다.

2년 전 천자칼럼에서 로또 명당은 확률에 대한 착시와 착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확률은 인간의 직관과 배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2년 말부터 지난주까지 총 660번 추첨해 4019명이 1등에 당첨됐다. 전국 6000여 판매점 중 한 번이라도 1등이 나온 곳은 1885곳이다. 판매점의 당첨확률을 따질 만큼 아직 표본이 충분치 못하다. 로또 명당에 집착하는 것은 포탄이 떨어진 곳에 또 떨어지길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로또 명당에 집착할수록 대박 나는 것은 판매점주다. 스파는 판매 수수료(5%)로만 7년간 56억원을 벌었다. 매년 8억원짜리 로또를 맞은 셈이다. 19세기 미국 골드러시 때 돈 번 사람도 마차·연장 제작자들이었다고 하지 않나. 진짜 대박은 로또붐을 부추긴 정부다. 총 판매액 35조원 중 복권기금으로 약 15조원을 챙겼다. 복권이 ‘저항없는 세금’이란 말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오늘 로또 추첨일인데 알고나 사자.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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