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저평가된 프리미엄 브랜드가 있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 산하 캐딜락이 그렇다.
캐딜락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낮다. BMW 아우디 같은 독일차 메이커에 비해 고객 수가 미미하다. 수입차 소비자들의 디젤 선호도가 높아 가솔린 위주인 캐딜락은 판매량이 낮다.
지난 주말 ATS 쿠페를 시승하면서 캐딜락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미국차와 캐딜락은 독일 고급차보다 제품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은 사려졌다. 놀라운 가속과 경쟁력 있는 가격은 독일산 쿠페가 부럽지 않았다.
ATS는 캐딜락의 엔트리 모델이다. 2013년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미국 시장에선 '최고의 신인'으로 대접받은 차다. 그해 한국에는 4도어 세단이 먼저 소개됐다. 올 초에 2도어 쿠페가 새롭게 합류했다.
ATS 쿠페는 4도어 세단을 2도어 쿠페로 변형한 차다. 문짝은 2개인데 시트는 4개다. 세단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스포츠카도 아니다.
그래서 이 차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장점은 고성능을 뽐낼 수 있는 가속 힘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2500rpm 미만에서 시속 120㎞까지 속도가 순식간에 올라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를 넘어서는데 6초면 충분하다.
제원을 확인하기 전까진 디젤 쿠페를 타는 착각이 들었다. 최대 토크는 40㎏·m이다. BMW 디젤 세단 520d(38.8㎏·m)보다 초반 가속감이 좋다. 4기통 2.0 직분사 터보엔진은 최대 272마력을 낸다.
실내 인테리어는 5300만원 가격치고는 고급감이 꽤 묻어난다. 대시보드, 도어 트림, 센터페시아 사이드라인, 콘솔박스 등 실내 곳곳의 가죽 마감재에는 박음질 처리가 돼 있다. 라디오 볼륨조절, 에이컨 조작 등 모든 기능이 마치 아이패드를 다루듯 손가락 터치만으로 이뤄진다. 캐딜락 라인업의 최신 기술을 ATS 쿠페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
주차를 할 때나 전후방에서 차량이 접근하면 시트가 진동한다. 차선을 바꿀 때도 깜빡이를 켜지 않으면 시트가 부들부들 떨린다. 수입차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기능이다.
단점도 물론 있다. 승차감은 포기해야 한다. 동승석에 잠시 타본 지인이 바닥 충격이 심하다고 말했다. 4인승 쿠페 차량이어서 뒷좌석에 앉으려면 앞좌석 시트를 접고 타고 내려야 한다. 불편하다. 하지만 쿠페여서 이러한 단점도 큰 문제는 아니다.
캐딜락은 미국에선 링컨과 함께 고급차의 상징이다. 40년간 자동차 산업을 연구해온 현영석 한남대 교수는 "미국인들 70%는 고급차 메이커 중 링컨과 캐딜락을 타는데 자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자긍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한국에선 고급차 기준이 벤츠, BMW 등 독일차에 쏠려있다. 그러나 시선을 돌리면 또 다른 프리미엄이 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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