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캠프 모금액의 2배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소수 부자들의 기부금으로 치러지는 역대 유례없는 ‘돈 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1일(현지시간) 미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가 최근 공개한 17명의 민주·공화당 대선 후보의 정치 후원금 모금액을 분석한 결과 ‘슈퍼팩(super PAC)’을 통한 모금액이 2억8840만달러로 후보 캠프 모금액(1억317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슈퍼팩은 공식 선거운동 조직이 아닌 비영리 시민단체로, 광고 등을 통한 특정 후보 지지활동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슈퍼팩을 통하면 후원금에 제한받지 않기 때문에 거부들의 정치인 후원 통로로 활용된다. 후보 캠프로 직접 기부하면 1인당 2500달러의 액수 제한을 받는다.
슈퍼팩 모금액은 공화당(2억7250만달러)이 민주당(1590만달러)을 압도했다. 17배에 달했다. 공화당은 슈퍼팩 모금액의 절반을 130명의 소수 거부로부터 받았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은 총 3783만달러의 슈퍼팩 모금액 중 95%를 7명의 후원자로부터 받았다. 헤지펀드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로버트 머서 최고경영자(CEO)가 1120만달러를, 증권사 설립자인 토비 누게바우어가 1000만달러를 그에게 기부했다.
공화당 유력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전체 모금액 1억2000만달러의 85%(1억300만달러)를 슈퍼팩을 통해 모았다. 수천명이 지원에 나선 가운데 100만달러 이상의 ‘뭉칫돈’을 한꺼번에 낸 슈퍼 기부자가 26명에 달했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2000만달러의 모금액 중 절반을 두 명의 여성으로부터,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1600만달러의 모금액 중 3분의 1을 특정 개인 후원자에게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총 모금액 6900만달러 중 22%(1500만달러)를 슈퍼팩을 통해 모았다. 슈퍼팩 기부자 중 8명은 각각 100만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거부가 몰려 정치자금을 기부한 적이 없다”며 “정치자금 쏠림현상은 선거 후 후보자와 국가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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