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타산지석 삼아야 할 중국의 증시 대응책

입력 2015-08-02 18:11  

"주가 폭락에 온갖 규제 남발하는
중국 정부의 '금융 공산주의'

시장 함부로 건드려 이용하면
반드시 거대 부작용 따르게 돼"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



최근 중국 증시가 심상치 않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중국 정부의 대응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주가 폭락이 이어지자 중국 당국은 은행 자금 지원을 통한 주식 매수, 공매도 금지, 신규 주식 발행금지 등 다양한 카드를 꺼냈다. 급기야는 전 종목의 반 정도를 거래 정지시키는 초강수까지 단행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금융 공산주의’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중국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홍콩의 중앙은행에 해당하는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1998년 헤지펀드들의 투기적 공격이 이어지자 선물만기일에 직접 주식을 매입해 주가를 올렸다. 결국 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한 헤지펀드들은 타격을 입었고, 공격은 무력화됐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직접 주식을 사들였다는 점은 당시 국제 금융시장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사실 우리도 중국과 비슷한 조치를 시행한 적이 있다. 1989년 단행된 이른바 ‘12·12조치’가 그것이다. 1985년 이후 상승하던 우리 증시가 1989년 4월 1000선을 돌파했다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전두환 때는 상한가, 노태우 때는 하한가”라며 시위까지 벌였다. 금융당국은 각종 증시 부양책을 동원했다. 역시 하이라이트는 12·12조치였다. 발권력을 동원해 주식을 사들인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당시 한국은행 총재는 시행 전날 이를 통보받았다고 한다. 한은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하고, 시중은행이 이 자금을 투자신탁회사에 대출해줬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대출을 받은 투신사들은 이 자금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이 작전에 2조7000억원이 동원됐다. 주가는 잠시 올랐다가 폭락했다. “‘큰손’들에게 손을 털 기회를 줬다”는 소문마저 도는 이 12·12조치는 한국투신과 대한투신, 국민투신으로 대표되는 3대 투신사를 몰락시켰다. 대출을 받아 사들인 주식값이 폭락해 손해를 입은 데다, 빌린 돈에 대한 이자는 꼬박꼬박 갚아야 하니 투신사들의 상황은 엉망이 됐다. 정부가 주도한 이 조치는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훼손시키면서 결국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당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지적으로까지 이어졌다. 중국이 ‘금융 공산주의’라면 우리는 ‘금융 사회주의’를 실행했다고나 할까.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들고 있으니 정부가 각종 수단을 동원해 주가를 올리는 것이 옳다”는 식의 주장에 굴복하면서 비극이 싹튼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비슷하다. 미국 정부는 “전 국민이 집 한 채는 소유해야 한다”며 ‘자산사회’라는 구호를 꺼내들었? 소득이 부족한 가계까지도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도록 유도했다. 결국 주택시장에 거품이 형성됐고, 이 거품이 꺼지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전 세계가 피해자였다.

연기금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해 기업에 영향을 미치려는 조치도 경계 대상이다. 피터 드러커는 이를 ‘연금 사회주의’로 지칭하며 조심하라고 충고했다. 적절한 개입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금융 공산주의와 금융 사회주의, 연금 사회주의는 모두 한방향의 교훈을 주고 있다. 금융시장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을 이용하여 금융 외적 목적을 수행하려 할 때 부작용이 엄청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의 기본 논리를 어기면서 금융 외적 목적을 달성하려 하면 결국은 시장의 보복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적절한 규제와 과도한 개입 사이에서 중용을 취하기란 정말 힘들다. 그럴수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을 함부로 좌지우지하려는 데에 따른 부작용은 상당하다. 과유불급, 즉 지나친 것이 모자람만 못하다는 교훈을 새길 필요가 있다.

중국 당국의 대응책 속에 우리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중국을 타산지석과 반면교사로 삼아 무엇이 바람직한 금융정책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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