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에 줄줄이 금리인상

입력 2015-08-02 18:14  

남아공 이어 브라질 0.5%P 올려…멕시코도 금리 카드 '만지작'

신흥국 통화지수 올들어 8% ↓
물가급등·외국인 투자위축 부작용
경기부양→환율 방어로 전환



[ 김은정 기자 ] 가팔라진 통화 가치 하락세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통화 가치 하락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를 나타내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수출 증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오히려 물가가 치솟는 등 부작용만 커지자 신흥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수정하면서 추가적인 통화 가치 하락을 막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24개 신흥국 통화 중 20개 통화의 가치가 최근 한 달 새 떨어졌다. 신흥국 통화 가치를 추종하는 신흥국 통화지수는 올 들어 8%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낙폭으로는 2008년 이후 최대다.

러시아 루블화와 콜롬비아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지난 5월 이후 미국 달러화 대비 10% 이상 급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로 주저앉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10년, 태국 바트화와 페루 솔화 가치도 6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중국의 경제 둔화에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통화 가치가 떨어지던 중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져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신흥국에는 호재다.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경기를 부양하고 성장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격한 통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려 물가 급등과 외국인 투자 위축을 부른다. 최근에는 신흥국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져 수출 증대 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3~5월 신흥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었다. 2009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알렉스 울프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 신흥국 전략가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연말까지 계속 신흥국 통화를 공격적으로 팔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흥국 중앙은행은 앞다퉈 경기 부양에서 환율 방어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미국 달러화 매입을 중단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연 14.25%로 50bp(1bp=0.01%포인트) 올렸다. 9년 만의 최고다. 브라질은 25년 만에 최악의 경기 침체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추가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남아공 중앙은행도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25bp 올렸고, 멕시코 중앙은행은 페소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신흥국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은 고금리에 따른 잠재적 성장 둔화보다 일단 통화 가치를 안정화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며 “이 같은 모습은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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