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줄여야 낙후된 도심 재개발 촉진"

입력 2015-08-03 07:01  

고수에게 듣는다 / 최종연 한국도시정비교육지원센터·교육아카데미 원장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정부가 예산으로 부담해
원주민 터전 지켜줘야



[ 김진수/신경훈 기자 ]
최종연 한국도시정비교육지원센터·교육아카데미 원장(64·사진)은 전국 재건축·재개발 조합장이 구성한 한국도시정비사업조합 중앙회 고문으로 3년째 일하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장과 직원들을 교육하고 개별 사업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 1주일에 조합장 4~5명을 만나는 최 원장은 “낙후된 도심 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도로 등 기반시설에 대한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비사업 제도 정비 시급

25년 넘게 군생활을 한 최 원장은 국군기무사령부에서 1999년 준위로 제대했다. 단국대에서 도시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논문 주제는 ‘도시개발과 갈등관리’. 최 원장은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옛 시가지인 수정구와 중원구는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었다”며 “이에 대해 고민한 게 박사 논문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하는 등 규제 완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도시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추진위원회에서 조합을 거쳐 착공까지 8~10년가량 걸리는데 이를 3년 정도로 단축하면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으로부터 토지를 일부 기부채납(공공기여) 받되 도로 공원 학교 등 도시기반시설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도시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 해야 조합의 부담이 적어 영세한 조합원이 삶의 터전을 잃을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최 원장은 “시민단체가 재건축·재개발에 반대하는 이유는 영세한 서민이 내쫓기기 때문”이라며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도시기반시설을 정부 예산으로 부담해야 옛 시가지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원주민들이 재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분 심한 단지 투자는 위험

그는 서울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원 지분을 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장기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숨어 있는 사업 리스크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교육 교통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서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재개발 지역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내부 분쟁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내부 분쟁이 있는 조합은 단기간에 사업 추진이 불가능합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있거나 조합의 부조리와 이권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곳은 투자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최 원장은 또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정비사업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빠르게 추진할 수 있고,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작아서다. 도시정비교육지원센터는 대한도시정비관리협회 산하 교육기관으로 2012년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았다. 한 주에 8시간(화·목요일)씩 8주간의 정비 관련 전문 교육을 이수하면 ‘도시정비관리사’ 수료증을 준다. 조합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도시정비관리사에게 우선권을 주기도 한다. 교육 과정에는 추진위원회와 조합 단계의 재건축·재개발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현장실습이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도시정비교육지원센터를 거쳐간 인원은 260여명이다.

전국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조합장은 3500여명이나 되지만 실제 활동하는 조합장은 800명 정도라고 한다. 최 원장은 고생하는 조합장이 많은데 일부 비리 조합 관련자 때문에 조합장 모두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최근 조합장 120여명과 함께한 워크숍에서 한 여자 조합장이 소감 발표 때 울먹이는 모습을 봤다”며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조합은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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