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경영권 분쟁] 세번 고개 숙인 신동빈 "롯데홀딩스 주총 서두르지 않겠다"

입력 2015-08-03 17:56  

공항 일문일답

"롯데는 한국 기업…해임 지시서 법적효력 없어"
귀국 직전 어머니와 통화
아버지 상태 질문엔 "대답하기 힘든 부분"



[ 강영연/강진규 기자 ] 3일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제안한 주주총회 개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직전 주주총회가 열린 지 한 달 남짓이라 적절한 시기를 가늠해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형제간 경영권 갈등이 장기전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극한 대립 양상을 감안하면 결국 주총 표대결로 승부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 회장의 시사가 타협을 모색하기 위한 제스처와 시간벌기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1일 일본으로 돌아간 어머니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 귀국 전에 통화했다고 밝힌 점도 중재안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는 대목이다.

◆“주총 언제 열지 좀 더 생각해보겠다”

신 회장은 오후 2시28분께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달 26일 일본으로 건너간 지 8일 만이다. 입국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신 회장은 최근 일련의 경영권 분쟁사태에 대해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중한 자세로 생방송 중인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6월30일 (정기)주주총회를 연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리는 게 좋은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사회에서 법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 개최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의미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잇따른 폭로전을 통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 등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그는 “(해임지시서는) 법적인 효력이나 그런 거는 없는 서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형과 아버지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창업정신 따라 그룹 발전시키겠다”

신 회장은 입국장에서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미안합니다”라는 사과를 반복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전에 읽은 대국민 메시지에서는 “사태를 빨리 해결하고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국내외 그룹을 정상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쓰코 여사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전화통화를 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냐’는 공세적인 질문에는 “한국 기업”이라며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또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달 8~9일께였다고 답했다.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멀쩡한 아버지를 치매 환자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표정이 굳어지며 회견을 중단하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 외 롯데홀딩스의 정확한 지분 구성과 우호지분 확보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여기서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다”며 대답을 피했다.

강영연/강진규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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