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반도 분단 70주년이 됐다. 아직 통일의 조짐이 보이진 않지만, 통일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할 수는 없다. 특히 북한 공산정권의 감시와 통제 속에서도 북한 주민들이 계속 남쪽으로 오고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북한 이탈주민은 2만8054명에 이른다. 제3국 체류자를 포함하면 훨씬 많다.
장래에 본격적인 통일 작업이 시작되면 북한 주민들의 이주가 봇물을 이룰 것이다. 남한의 소득 수준이 북한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으로 북한 주민의 소득 수준은 남한의 약 4.8%에 불과하다. 자유와 풍요를 찾아 이주하려는 이들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은 너무나 뻔하다.
아울러 북한 주민들은 미래에 대해 큰 불안감을 갖고 있다. 남한으로 넘어오지 못한 북한 주민들은 북한 체제를 불신한다. 북한에 남아 있으며 불안감에 떠느니 남한으로 오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다.
독일 통일 과정을 연구한 이코노미스트인 미하엘 풍케 함부르크대 교수는 “남한이 조세 수입의 30%를 북한에 투자해도 남한으로 이주할 북한 주민이 800만명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남북한 주민 간 소득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통일 전 북한 이주민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선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 번째, 북한 주민들이 가능한 한 북한에 남아 있도록 현지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사회간접자본(SOC) 조성, 경작 농토 제공 등 지원을 해야 한다. 특히 통일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 북한 이주민을 수용할 수 있는 대책 마련 또한 병행해야 한다. 남한 문화와 첨단 산업에 대한 동경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의 산업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의 이주 문제는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난제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통일은 북한 인구 2500만명의 거대 소비재 시장이 새롭게 열린다는 의미도 된다. 북한 주민들이 노동시장에 편입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폭이 둔화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에 좀 더 활기가 돌 것이다. 북한 주민의 이주 문제에 대해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손성홍 < 충남대 특임교수·前주함부르크 총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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