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신격호" 홍보하던 롯데…건강이상설 거듭 제기

입력 2015-08-04 16:20   수정 2015-08-04 16:21

한국 롯데그룹이 제기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판단능력 등 건강이상설에 일본 롯데까지 힘을 보태고 나섰다. 최근까지 롯데가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고령에도 건강하다"고 홍보해 온 것을 감안하면 경영권 분쟁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면서 제 발등을 찍은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4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같은 질문을 다시 하신다든지 내가 일본 담당인데 한국 담당으로 헷갈리셨다"고 언급했다.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이란 한국 롯데 측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한국 롯데는 지난달 28일 신 총괄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그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퇴진하고 명예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신 총괄회장이 전날 일본으로 건너가 본인을 제외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한다고 구두로 발표했고, 이런 행동을 한 직후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사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우회적으로 건강이상설을 제기했다.

이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은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으로 판단해 한 행동"이라고 주장하자 한국 롯데는 신 총괄회장의 판단능력 문제를 공식 언급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들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총괄회장을 임의로 동행시켜 구두로 해임 발표를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의 육성 녹음 파일과 동영상 등을 들고 나왔지만 롯데그룹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날 급거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신 총괄회장의 판단능력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대답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건강이상설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는 최근까지의 롯데그룹 움직임과 180도 달라진 것이다. 롯데는 이번 사안이 불거지기 전날에도 신 총괄회장이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을 둘러보며 현장 관계자들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롯데의 한 관계자는 "창업주에 대한 예의의 표시로 (총괄회장이) 건강하다고 얘기해왔지만 고령이므로 장시간 보고를 받는 일 등은 힘들어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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