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리·수수료 결정권 은행에 돌려줘야

입력 2015-08-04 18:04  

"우간다 수준이라는 한국 금융성숙도
질 높은 선진 금융서비스 부재 탓
관치금융 버리고 혁신은 보상해야"

윤석헌 < 숭실대 교수·경제학 >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가 세계 80위권으로 아프리카 우간다 수준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한국에는 제조업의 삼성전자 같은 세계 정상급 금융회사가 없을까. 이런 질문에 현상적으로 답한다면 금융서비스 부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의 부족한 금융서비스와 중개기능은 최근 10년간 지속되고 있는 수익성 하락 추세에서도 잘 드러난다. 올 1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00억원 증가한 2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작년 4분기의 증가세가 이어져 추세반전까지 기대해볼 수 있었지만,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관련 이익과 법인세 환급 등 일시적인 요인들을 제외하면 은행 수익성은 오히려 하락세가 지속됐다. 1분기 국내 은행 총자산순이익률(ROA)이 0.4%로 전년 동기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으나, 이 또한 앞의 일시적 요인들을 제외하면 크게 부족한 수준이었다. 2013년 말 총자산 기준 글로벌 상위 51~100위권 상업은행 ROA 평균 0.80%의 절반에 불과했다.

은행은 전통적으로 예대업무를 통해 이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금융환경이 바뀌면서 예대업무 일부가 수수료 업무로 진화했고 규제완화와 금융혁신에 힘입어 새로운 수수료 업무가 생기면서 중개기능 수행에서 수수료 업무의 중요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체로 다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은행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예금계좌 서비스 등에서 창출하는 수수료 이익이다. 쉽게 볼 수 있는 예가 온라인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체 관련 수수료다. 둘째, 규제완화 특히 업무영역 규제 완화가 창출하는 수수료 이익이다. 은행의 방카슈랑스를 비롯해 펀드판매 수수료와 증권화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수수료도 해당된다. 셋째, 은행의 중개기능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이익이다. 넷째, 중개업무가 진화 발전하면서 새롭게 생성되는 수수료다. 은행의 소매고객 자산관리를 포함하는 프라이빗 뱅킹 수수료가 비근한 예고,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기업금융 서비스로 각광받는 ‘트랜잭션 뱅킹’ 관련 서비스도 이에 해당한다.

올 1분기 국내 은행의 수익성 내역을 살펴보면, 이자이익은 순이자마진(NIM)이 역대 최저인 1.63%로 낮아지면서 하락세를 지속했다. 비(非)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1조3000억원)으로 증가해 1조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그 내역은 실망스럽다. 채권가격 상승세 속에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00억원 증가한 데 비해, 수수료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1000억원) 증가에 그쳐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 이익이 낮은 이유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금융자율화가 실질적으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수수료를 낮추거?자의적으로 결정하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는 금융회사의 기술과 인력 투자, 신상품과 서비스 관련 혁신 유인을 제한해 금융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금리와 수수료 결정권을 시장에 돌려주고 금융자율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둘째, 은행들 간 차별화되지 않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놓고 가격경쟁이 과열하는 경우에도 수수료가 과도하게 하락한다. 이런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금융혁신이 국가경제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이 금융의 공공성에 가려 간과되는 문제가 있다. 관치금융이 지속되면서 금융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크게 낮아졌을 것이나, 그럴수록 금융회사의 금융혁신 노력에 대한 존중과 보상이 금리와 수수료 등에 반영돼야 한다. 이것이 금융혁신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헌 < 숭실대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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