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예술과 과학의 결합 '아티언스'

입력 2015-08-04 18:25  

예술은 과학에 영감을 주고
과학은 예술의 영역을 확대
과학과 예술 융합은 필연적
새로운 상호발전 계기 될 것

신용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yhshin@kriss.re.kr >



휴일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러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좋은 작품들은 그 자체에서 내뿜는 경이로움만으로도 사람을 감동시킨다. 논리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예술의 힘이다.

반면 과학은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가설과 이론, 실험 등을 통해 얻은 지식을 중요시한다. 논리적이지 못한 것은 과학으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이처럼 예술과 과학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두 분야는 역사상 서로 필연적인 영향을 주고받았다. 과학의 혁신은 예술의 상상력과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동기가 됐다. 예술은 과학을 이용해 새로운 장르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 싶었던 예술가들의 꿈이 카메라 발명으로 이어진 게 좋은 예다. 카메라 기술의 발달은 오늘날 사진 및 영화예술 발전의 근간이 됐다.

최근에는 아예 처음부터 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이것은 예술(art)과 과학(science)의 합성어인 ‘팎센凋?artience)’란 신조어로 불린다. 여기에 참여한 과학자와 예술가를 아티언티스트(artientist)라 칭한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예술 작품을 만들던 과거보다 더욱 발전된 형태의 융합이다.

세계 최첨단 가속기연구소인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는 디자인과 건축, 공연 등 모든 장르의 예술가가 상주한다. 이들은 과학자들과 소통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이끌고 있는 대덕연구단지 연구소들에서도 아티언티스트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올해에도 건축, 설치미술, 회화 등을 전공한 다양한 예술가들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여러 연구원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과학자들과 함께 그들의 작품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10월에는 이들의 작품이 한곳에서 시민들에게 전시될 예정이다. 세계과학정상회의, 사이언스페스티벌 등으로 과학계 인사들에게 예술로 승화된 대한민국 과학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술(art)의 어원은 라틴어 ‘아르스(ars)’고, 아르스는 과학기술을 뜻하는 그리스어 ‘테크네(techn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예술과 과학은 원래 하나였다. 과학의 도시인 대전에서 과학자와 예술가들의 동거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신용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yhshin@kriss.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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