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 공적자금 12.7조 투입된 우리금융…결국 '누더기 매각'으로

입력 2015-08-04 19:02  

정부 민영화 원칙 '오락가락'


[ 좌동욱 기자 ] 우리금융지주와 KDB생명은 정부나 국책은행이 기업을 장기 소유할 때 생기는 부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9월 우리은행 전신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에 혈세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들어간 공적 자금은 총 12조7663억원에 달한다. 2010년부터 네 차례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8년째 정부가 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경영권 매각이 불발되자 지난달 과점주주 매각 방식의 카드를 제시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중 30% 이상을 4~10%씩 쪼개 파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시도도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시장에서 살 수 있고 성장 잠재성이 크지 않은 은행 주식을 수천억원어치나 살 기관투자가를 찾기가 어려워서다. ‘헐값 매각’ 시비를 우려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남은 원금(3조6000억원)을 건지려면 주당 1만3500원에 팔아야 하는데 현재 주가는 1만원을 밑돌고 있다.

특히 매각 과정에서 민영화 원칙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큰 문제로 지목된다. 지난해 4차 매각 당시 정부는 분리 매각을 선택해 우리은행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을 경쟁사에 팔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에 핵심 자회사를 매각하라고 한 뒤 사실상 주인이 없는 회사로 만들어 자체 생존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 밖의 처사”라며 “민간기업이라면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KDB생명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기업 경영권을 장기 보유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은행은 사모펀드(PEF)를 통해 KDB생명 경영권을 2008년 인수했다. 당시엔 정부의 산업은행 민영화 정책을 고려해 산업은행이 인수했지만 이후 민영화가 철회되면서 회사를 민간에 팔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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