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임금피크제 성공정착을 위한 제언

입력 2015-08-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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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0세' 기업부담 보완 위한 제도
'피크 임금' 시기 앞당긴 뒤 동결하면
변화에 따른 사회갈등 줄일 수 있을것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leejm@yonsei.ac.kr >



임금피크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정년 연장의 보완책으로 불가피하다고 하는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지금도 정년이 잘 지켜지지 않는데 임금까지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는 어떤 관계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시장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노동을 사고파는 노동시장은 증권시장처럼 그때그때 형성된 가격이 아니라 장기 계약에 따라 사고파는 것이 일반적이다. 임금도 그때그때의 생산성에 대해서가 아니라 장기간 생산성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받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제도는 나라와 시기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노동의 이동성이 높은 시장이어서 비교적 고용 기간이 짧고 당장의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받는 특징을 보인다. 근로자는 나이를 먹으면서 생산성이 오르다가 나중에는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임금도 그에 맞춰 올라갔다 떨어져서 자동으로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는 셈이다.

이에 비해 한때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일본식 평생고용 제도는 근로자가 한 직장에서 평생 생산성에 대한 평생 임금을 연공서열로 받는 방식이다. 근로자는 젊을 때 생산성이 오르다가 나중에 떨어지기 때문에 젊을 때는 생산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다가 나이가 들어서는 생산성보다 더 받게 된다. 이 제도는 직무도 나이에 따른 위계로 짜여 있다.

한국은 어떤가. 근로자가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는 직장을 자주 옮기는 특징이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 직장의 정규직 근로자는 일본과 비슷한 연공서열제가 일반적이다. 그런 구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약화됐지만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생산성보다 많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늘어나 기업 부담이 늘어난다. 정년이 잘 안 지켜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법으로 연장하면 아무래도 은퇴 연령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임금피크제로 보완하자는 것은 맞는 논리다.

문제는 임금피크제 방식이다. 우선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점차 줄이는 방식이 있다. 이 방식은 이미 일부 대기업을 비롯한 직장에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방식은 결국 미국식으로 가는 것인데, 노사합의로 그렇게 간다면 나쁠 것이 없다.

그와 다른 방식도 있다. 과거의 연공서열을 유지하면서 정년이 가까워지면 급격히 임금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 경우 정년을 앞둔 간부 직원은 임금이 반토막 나면서 직무에서도 순식간에 말단으로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제도는 정년 전 퇴직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식은 어떤가. 임금이 피크에 달하는 시점을 앞당기고 피크임금을 정년까지 적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58세 정년이었다면 58세에 피크가 될 임금을 55세까嗤?올리고 60세까지 동결하는 것이다. 같은 임금피크제이기는 하지만 임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피크임금에서 동결’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임금피크제가 조기퇴직 방법으로 악용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임금피크제는 연공서열 임금제가 고도성장기에 맞는 제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도입이 불가피한 제도다. 연공서열 임금제는 원조인 일본에서도 지난 20년 동안의 저성장 과정에서 흔들려 왔다. 실제로 한국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지 10년 이상 됐다. 그 과정에서 임금피크제는 각 직장 사정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어 왔다. 그중에는 ‘피크임금을 동결’하는 방식이 맞지 않기 때문에 채택하지 않은 직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단기적으로 정년 연장이라는 외생변수가 생긴 상태에서 노사합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려는 상황이다. 그런 구도에서는 ‘익숙한 제도’를 한꺼번에 바꾸려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정부의 개혁은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시행하는 것이 요체이기 때문이다. 피크임금을 동결하는 방식은 익숙한 제도를 비교적 적게 바꾸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사회 갈등을 줄이면서 시행하는 개혁이 다음 개혁을 위한 동력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민 < 연세대 교수·경제학 leejm@yonsei.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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