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서 기자 ]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270억달러(약 31조4874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다. 1년 전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던 원유가격이 최근 4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재정수지가 급속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정부가 올해 안에 27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사우디가 균형재정을 이루기 위해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5달러를 넘어야 하는데 50달러를 밑돌면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내년에 추가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사우디의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사우디가 채권시장 문을 두드린 것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크다. 사우디는 석유산업 의존도가 90%에 이른다. 유가가 떨어지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5일 45.15달러로 장을 마쳤다.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다. 201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회복되면서 100달러 선을 유지하던 WTI는 지난해 8월 이후로 한 차례도 100달러를 넘어서지 못하다가 올 1월 40달러대로 주저앉았다.지난 5월과 6월 60달러 안팎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탔지만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등으로 인한 공급 과잉과 중국의 경기 부진까지 겹치면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적자가 발생하자 사우디는 외환보유액을 사용했다. 지난해 8월 7370억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이 6720억달러로 줄어든 배경이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는 재정 압박이 심화되자 지난달 40억달러 규모의 지방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사우디가 당시 채권을 발행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었다. 텔레그래프는 “원유 시세를 고려할 때 사우디가 2년 안에 재정적으로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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