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우려 커지는데…저물가에 가산점 주는 정부 성적표

입력 2015-08-07 18:18  

김유미 기자의 경제 블랙박스

기재부 '2014 성과보고서' 살펴보니



[ 김유미 기자 ] 정부에도 성적표가 있다. 매년 각 부처는 다음해 예산안을 짤 때 ‘성과계획서’를 만든다. 국민의 돈을 들여 사업을 벌이는 만큼 목표를 명확히 해두려는 것이다. 1년 뒤 결산할 때는 ‘성과보고서’를 쓴다. 목표가 얼마나 채워졌나 평가하기 위해서다.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켰는지 성적이 여기서 매겨진다. 성과보고서는 다음해 예산을 짤 때도 참고자료가 된다. 들인 돈에 비해 사업 성과가 미흡했다면 다음해 예산이 깎일 수도 있다(원칙적으로는).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국회에 ‘2014 회계연도 성과보고서’를 제출했다. 기재부가 내세웠던 전략목표 첫 번째는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적극적인 거시정책으로 경제회복 기반을 강화하고, 물가 안정 등을 통해 민생 안정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 성과 지표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이다. 기재부의 2014년 舟Ⅴ?4.0±1.0%(3~5%). 한국은행이 올초 발표한 지난해 성장률은 3.3%였다. 4% 성장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목표 범위 안에 있었으므로 목표 대비 달성률은 100%였다. 성적표상으로는 ‘적극적 거시정책 운용’을 달성했다.

두 번째 과제는 소비자물가 관리였다. 기재부는 성과지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2.5~3.5%로 뒀다.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와 같다. 실제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3%였다. 기재부의 목표달성률은 148%. 물가목표치의 하단(2.5%)을 크게 밑돌았으므로 그만큼 ‘물가 관리’에 성공했다고 본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기재부의 이 분야 성적표는 우수했다. 오랜 저물가 덕분이다. 201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기재부의 목표(3.0±1.0%) 범위 안에 있었다. 목표달성률은 100%. 2013년 물가상승률은 이보다 떨어졌고(1.3%) 목표달성률은 148%로 급등했다.

어떤 이는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저물가에 박수만 보내기 어려워서다. 저물가의 원인으로는 셰일가스 공급 등으로 인한 저유가가 꼽힌다. 하지만 구조적인 수요 감소가 문제란 지적도 있다. 디플레이션의 전조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그런 고민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4% 경제성장률과 2% 중반의 물가상승률을 더해 경상(명목)성장률이 6%는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분이 제외되는 기존 경제성장률 대신, 이제는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을 전제로 한 경상성장률에 신경쓰자는 것이다. 물가가 너무 낮으면 디플레 우려가 커지고 세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의 말 그대로 라면 물가상승률 연 1.3%는 ‘목표달성’으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2% 중반’에서 멀어질수록 목표달성률이 급등하는 구조는 조금 이상하다. 마찬가지로 경상성장률 6%를 새 목표로 두면 예전보다 짠 점수가 나올 것이다. 경상성장률은 2012년(3.4%) 2013년(3.8%) 2014년(3.9%) 내내 4%를 밑돌았다.

굳이 딴지를 걸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물가는 정부에 ‘낮게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기재부의 점수 자체보다 관심가는 것은 경제정책의 목표에 대한 것이다. ‘물가는 낮을수록 좋다’는 관료들의 오랜 믿음이 도전받는 상황 말이다. 요즘은 환율은 높을수록 좋다거나, 경상흑자는 많을수록 좋다는 믿음도 예전 같진 않아 보인다. 시대에 따라 성과보고서의 항목이 달라져야 할지도 모른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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