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14나노 AP 공동개발 논의…전문인력 영입…LG, 반도체 설계 기술 '독립의 꿈' 키운다

입력 2015-08-0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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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TV 등 주력 제품
경쟁력 업그레이드에 꼭 필요

우수인재 뽑아 설계역량 확보
당장 자체 제조는 않더라도
글로벌 기업과 협업 모색



[ 남윤선 기자 ]
자체적인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LG그룹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TV 등 주력 완제품 사업이 중국의 추격을 받는 상황에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 기술력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장 반도체 제조업에 뛰어들진 않을 계획이지만 자체적인 설계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관련 인재 채용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 인텔과 협업 논의

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과 최신 기술인 14㎚(1㎚=10억분의 1m) 핀펫 공정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동 개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현재 삼성전자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14㎚ 핀펫 공정을 적용한 AP를 만들고 있다. 14㎚ 핀펫은 반도체 소자를 평면이 아닌 3차원 입체구조로 쌓은 것이다. 속도가 빨리지고 소비전력을 줄여주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용 AP 생산에 적합한 기술이다.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16㎚ 기술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인텔은 14㎚ 핀펫 공정을 개발했지만 PC용 반도체에만 적용했을 뿐 스마트폰용은 개발하지 못했다.

아직 두 회사가 구체적으로 공동 제품 개발에 뛰어들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텔과 LG전자의 조합은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인텔은 모바일 AP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고, LG는 고급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인텔과의 협업과 별도로 자체 AP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3년여의 준비 끝에 28㎚급 AP ‘오딘’을 발표했다. 조만간 고사양의 AP 설계 역량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인재도 확보

반도체 관련 우수 인재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경력 10년 이상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잇따라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래 먹거리를 연구해온 기획이나 반도체 공정 분야의 인재를 다수 채용했다.

디스플레이 회사에서 반도체 인력을 채용하는 이유는 디스플레이가 진화할수록 반도체 기술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LG의 최신 스마트폰 G4에 적용된 AIT(advanced in-cell touch) 기술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패널 안에 터치 센서를 내장한 것인데, 터치 센서는 일종의 반도체다. 즉 반도체 전문가가 없으면 최신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신규 투자를 결정한 플라스틱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에 특히 반도체 인력을 다수 투입하고 있다. 플라스틱 OLED로 휘거나 접는 디스플레이를 만들려면 더욱 전문적인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 회사 관계자는 “우수한 반도체 인재들은 당장의 사업과 관련이 없더라도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해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반도체 제조업에 다시 진출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지난해 매물로 나온 동부하이텍의 인수 제의를 받았지만 최종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1999년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긴 뒤 반도체 제조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LG 관계자는 “그룹 주력 사업으로 키울 정도가 아니면 반도체 제조업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TV 등 완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설계 역량을 꾸준히 키워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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