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는 '또다른 명함'…발끝 보면 그 남자 보인다

입력 2015-08-08 18:05  

Life & Style

인기 구두 직종·지역별로 달라

금강제화 지역별 판매 비교해 보니
금융社 밀집한 여의도 플레인토 1위
부산서는 앞코가 날렵한 구두
광주서는 클래식한 스타일 잘나가



[ 임현우 기자 ]
수십년 넘게 수제화만 만든 장인(匠人)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듣는다. “구두만 봐도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어떤 디자인의 구두를 골랐으며, 어떤 모습으로 구겨지거나 닳았고, 어떻게 손질하고 있는지에 따라 신은 사람의 삶의 모습을 가늠해본다는 얘기다.

구두회사도 신발 판매량을 통해 종종 재미난 분석을 시도한다. 금강제화가 올 들어 신사화 판매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역별로 남성에게 인기 있는 구두 스타일에 차이가 있었다.

서울 강북(명동점)에서는 윙팁 구두가, 강남(강남점)에서는 스트레이트팁 구두가, 여의도(영등포점)에서는 플레인토 구두가 가장 잘 팔렸다. 금강제화는 “해당 지역에 몰려 있는 기업 업종의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본사가 많은 강북에서는 진중한 느낌의 윙팁 구두를 찾는 남성이 많고, 금융회사가 밀집한 여의도에서는 단정한 플레인토 구두가 수년째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직장인이 많고 트렌드에 민감한 강남에선 최근 영화 ‘킹스맨’ 열풍으로 유행했던 옥스퍼드풍의 스트레이트팁 구두가 특수를 누렸다는 설명이다.

지역별로 인기 구두가 달라지는 현상은 지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산(부산본점)에서는 구두 앞부분이 날렵하고 옆에 봉제선이 들어간 구두, 광주(광주본점)에선 클래식 스타일의 윙팁 구두, 대전(대전본점)에선 발볼이 넓은 남성이 많이 찾는 광폭 구두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임경록 금강제화 과장은 “매장별 영업 전략에 따른 차이도 있지만 영·호남권에서는 스타일이 좋은 화려하고 날렵한 제품을, 충청권에서는 착용감이 편한 제품을 우선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말했다.

까칠하게 보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비판도 가능하겠지만, 이런 분석은 업체들이 다양한 콘셉트의 구두를 내놓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 가로수길의 구두 전문매장 유니페어에선 직업별로 잘 어울리는 추천 구두로 구성한 ‘굿이어웰티드 컬렉션’을 내놨다. 재밌는 점은 제품 이름을 서울의 유명 도로·지역명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토캡 옥스퍼드 구두에는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잘 어울린다고 해서 ‘윤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껏 멋을 부린 더블 몽크 스트랩 구두는 벤처기업 종사자를 겨냥해 ‘테헤란’으로, 캐주얼한 느낌의 페니 로퍼 구두는 주말에 보라매공원을 산책하는 남성에게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보라’로 명명됐다. 강재영 유니페어 대표는 “비즈니스 캐주얼이 대중화해 착용률이 낮아지긴 했으나 구두는 성인 남성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라며 “손님이 구두를 좀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거리명을 활용한 독특한 이름을 붙여봤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구두에 대한 깨알지식 하나 더! 구두를 순우리말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일본어 구쓰(靴,くつ)에서 온 것이다. 구두는 1880년대 개화파 정객과 외교관에 의해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 서양 신발이라는 뜻의 양화(洋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을사조약 이후 일본에서 제화기술을 배운 장인들이 창업한 ‘구쓰 매장’이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구두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됐다고 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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