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롯데 때리기', 주주 아니라면 이유 없다

입력 2015-08-09 18:08   수정 2015-08-10 05:09

"직간접 35만명 고용하는 한국기업
경영권 분쟁으로 피해보는 건 주주
외부의 '기업 때리기' 즉각 멈춰야"

최준선 < 성균관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와 기업문화에 대한 여론이 심상찮다. 롯데는 나쁜 기업으로 매도되고, 심지어는 불매운동으로까지 비약되고 있다. 롯데가(家)의 장남이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것을 가지고도 말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외국인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임원으로 영입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롯데그룹의 정점에는 광윤사와 L투자회사가 있고, 이 회사들의 대주주는 롯데가의 가족들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국적은 한국이다. 국제화 시대에 기업의 국적과 주주의 국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현장에 공장을 세우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면 그것이 효자기업 아닌가. 해외주주들에게 배당금이 가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외국인은 한국 기업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 주주가 외국인인 것을 문제삼으면 외국인이 50% 넘게 주식을 산 한국 대기업은 모두 외국기업이라 해야 할 것이다.

완전지주회사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느니 순환출자를 막아야 한다느니 철 지난 낱堧?난무하더니,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서 손본다고 한다. 공정거래법상 공시의무가 있는 대기업 집단 61개와 그룹 계열사 1674개의 해외 계열사 지분까지도 공시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목적의 하나인 경제력 집중을 막겠다는 취지다. 독점을 일으키지 않는 경제력 집중(일반집중)을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데, 해외 계열사까지 공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경제력이 집중돼 독점이 되고 그것이 국민경제에 불균형을 주는 시장집중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일반집중 억제는 ‘너 혼자만 부자 되지 말라’는 한국 특유의 법규다. 이것은 아무 명분이 없어서 어느 나라든 금지하지 않는다.

순환출자나 지주회사체제는 나쁜 것, 좋은 것의 관념이 없다. 순환출자는 극히 단기간에 급격하게 확대돼온 한국 경제가 피할 수 없었던 결과물일 뿐이다. 지배구조가 약해 외부의 공격대상이 되면 기업 스스로가 걱정할 일이지 온 국민이 훈수할 일은 아니다. 계열사끼리 다 해먹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것은 자기거래 금지와 일감몰아주기(내부거래)를 규제함으로써 해결할 문제다.

롯데의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사기업의 지배구조가 왜 투명해야 할까. 상장을 해 국민 대중의 투자를 받은 것도 아니다. 롯데는 영리하게도 기업공개를 거의 하지 않았다. 기업공개 후 상장하면 완전히 동네북이 되는 것이 한국의 기업풍토다. 정치인을 비롯해 온갖 단체가 턱도 없는 책임과 윤리를 강요할 뿐이다. 범법행위를 했으면 거미줄같이 촘촘한 법률로 다스리면 된다. 우리는 상장기업에 대한 지나친 공시요구와 규제로 주주는 물론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헤지펀드까지 기업을 유리알처럼 들여다 보고 있다. 세상 어느 나라가 사기업을 이처럼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가.

그동안의 특혜나 다른 업체에 대한 ‘갑질’, 제왕적 경영, 종업원에 대한 박한 처우도 비난의 대상이다. 그래도 롯데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황량한 잠실벌에 롯데호텔과 롯데월드를 지어 두 대회를 차질 없이 치르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지금도 외국인 관광객이 찾고 있고, 어린이들의 꿈동산이 됐다. 그룹은 지금 한국의 랜드마크를 건설 중이고 총 35만명을 직간접 고용하고 있다.

기업이 분쟁에 휘말리면 이미지가 실추되고 매출과 순익이 감소하며 주가가 추락한다. 주가 추락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주주와 임직원이다. ‘손가락 경영’이 부당하다면 주주와 이사회가 법이 보장하는 감독권을 행사하면 된다. 주주가 아닌 사람들은 흥분할 이유가 없다. ‘기업 때리기’를 즉각 멈춰야 한다. 매를 맞는 것은 롯데의 주주들이기 때문이다.

최준선 < 성균관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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