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마포구청의 도 넘은 '재량행위'

입력 2015-08-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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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법과 조례가 허용한다 할지라도 사업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담당 공무원의 의지와 생각이에요.”(업계 관계자)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 이유로 담당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내세우는 것은 해당 사업이 법이나 조례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아니다. 공무원의 ‘재량행위’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공무원의 재량행위는 행정기관이 행정결정을 할 때 담당 공무원에게 부여하는 권한을 의미한다. 법과 조례에 근거해 담당 공무원들에게 유권해석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공무원의 재량행위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재량행위가 자의적으로 남발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현실적으로 공무원의 재량행위가 법과 조례가 아닌 개인적인 생각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본지가 지난 5일자로 보도한 ‘무리한 점용료 부과…7억 토해낸 마포구청’ 기사도 공무원의 재량행위가 남발된 사례다. 서울 마포구청은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건물 사옥을 시공한 민간 건설업체에 무리하게 도로점용료를 부과했다가 소송에서 져 7억원이 넘는 돈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시 조례를 통해 면제해 준 도로점용료를 불과 엿새 만에 관할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재부과했다 역풍을 맞은 것이다.

도로점용료 부과를 주도했던 건 당시 서울시 보도환경개선팀장과 마포구 도로행정팀장. 서울시 팀장은 마포구에 법적 소송으로 가도 승산이 있으니 행정조치를 번복해서라도 도로점용료를 부과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 마포구는 소송에서 패소해 민간 업체에 부과했던 7억원을 반환하고, 소송 비용과 누적 이자 등 수천만원을 추가로 내는 등 타격을 입게 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행정조치 번복과 소송을 주도했던 당사자들이 모두 다른 보직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특정 공무원의 개인적인 생각에 따라 행정조치가 좌지우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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