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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적을 울리며 출발하는 전차, 눈부시게 돛을 편 선박, 바다 너머 펼쳐진 눈부신 야경,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는 여고생. 나가사키를 생각하면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방인을 반기는 항구도시 특유의 온정이 살아 있는 곳. 일찍부터 문호를 개방하고 서구 문물을 품으면서 완성된 도시가 나가사키다.
노면전차 타고 인공 섬 데지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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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나가사키역 관광센터에서 지도를 받아 들고 전차를 타면서 시작됐다. 전차 노선을 바탕으로 각 여행지가 자세히 안내돼 있다. 깔끔하게 번역된 한국어판도 있어서 든든하다. 종을 울리며 달리는 전차는 낭만적일 뿐 아니라, 관광지 중심으로 운행돼 이용하기 좋다. ‘발차합니다’라는 기관사의 목소리와 함께 전차가 출발했다. 맞은편 창가에 선 노부인의 기모노 자락 너머로 나가사키 시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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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에는 이곳에 네덜란드 상관장(商館長), 창고장, 서기, 의사 등 15명이 살았고 통역사, 사무관, 요리사, 문지기 등 100여명이 근무했다. 19세기부터 복원된 주택, 사교클럽, 무역관, 선장 숙박소 등을 통해 당시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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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니 뒤쪽으로 나가사키 항구가 펼쳐지고, 안으로는 잘 가꾼 정원과 집들이 이어진다. 가장 유명한 글로버
택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목조 건축물로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 풍경을 배경 삼아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저택 뒤편의 옛날 복식 체험관에서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소녀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허락을 구하고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니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함께 찍어달란다. 나가사키 사람들 특유의 친밀함이 듬뿍 묻어난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 나가사키역 서남쪽에 있는 이나사야마(Inasayama) 전망대에서 야경을 봐야 한다. 해발 333m의 원형 전망 돔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하코다테, 고베와 함께 일본 3대 야경으로 꼽힌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도시의 건물들이 하나 둘 붉을 밝히자 1000만달러라고 불리는 나가사키 야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짙푸른 바다엔 항구의 조명이 투명하게 반사되고, 검푸른 산을 따라 작은 불빛들이 총총히 이어진다. 이 순간을 기다렸던 사람들이 저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다음 날 아침 나가사키를 떠나기 위해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의 이름은 ‘특급 가모메’. 가모메(갈매기)라는 이름처럼 흰색으로 쭉 뻗은 열차는 바다를 따라 규슈의 대도시 후쿠오카까지 간다. 승객들을 태운 기차가 서서히 플랫폼을 빠져 나가자 역무원이 정겹게 손을 흔들었다. 따뜻한 미소가 아쉽기만 한 마음을 편안하게 바꿔놓는다.
이것만은 꼭 !
나가사키에 오면 꼭 먹어야 할 것들이 있다. 나가사키 짬뽕, 카스텔라, 싯포쿠 요리다. 짬뽕은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신치주카가이’에 모여 있으며, 시카이로(shikairou.com)가 원조다. 카스텔라는 나가사키 3대 카스텔라로 꼽히는 분메이도(bunmeido.ne.jp), 후쿠사야(castella.co.jp), 쇼오켄(shooken.com)으로 가면 된다. 나가사키 지역의 연회상 차림인 싯포쿠 요리는 료테이 이치리키(ichiriki.jp)를 비롯한 고급 요정들에서 맛볼 수 있다.
나가사키=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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