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나가사키, 야경만 멋지다고? 전차 타고 속살여행…사무라이·나비부인도 만나봐요

입력 2015-08-10 07:00  


경적을 울리며 출발하는 전차, 눈부시게 돛을 편 선박, 바다 너머 펼쳐진 눈부신 야경,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는 여고생. 나가사키를 생각하면 다양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방인을 반기는 항구도시 특유의 온정이 살아 있는 곳. 일찍부터 문호를 개방하고 서구 문물을 품으면서 완성된 도시가 나가사키다.

노면전차 타고 인공 섬 데지마까지

일본 남쪽 규슈 지방에 자리한 나가사키는 16세기부터 영국,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과 교역하면서 서구문화를 품고 발전한 항구도시다. 서양식 테라스와 일본의 다다미가 혼재된 건축물, 나가사키식 카스텔라와 짬뽕, 사찰 옆에 자리한 천주교 성당 등 서양과 교류하며 형성된 독특한 문화가 곳곳에 스며 있다.

여행은 나가사키역 관광센터에서 지도를 받아 들고 전차를 타면서 시작됐다. 전차 노선을 바탕으로 각 여행지가 자세히 안내돼 있다. 깔끔하게 번역된 한국어판도 있어서 든든하다. 종을 울리며 달리는 전차는 낭만적일 뿐 아니라, 관광지 중심으로 운행돼 이용하기 좋다. ‘발차합니다’라는 기관사의 목소리와 함께 전차가 출발했다. 맞은편 창가에 선 노부인의 기모노 자락 너머로 나가사키 시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먼저 가볼 곳은 인공 섬인 데지마(Dejima)다. 에도막부가 1634년 포르투갈인들의 기독교 선교를 막기 위해 축조했다. 초기에는 포르투갈인들이 수용됐고, 1641년부터는 유일한 무역 창구로서 네덜란드의 무역회사들이 입주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무사 복장을 하고 거리를 거니는 남성이 눈에 띈다. 다가가 말을 걸어 보니 관광객을 안내하는 직원이다.

17세기에는 이곳에 네덜란드 상관장(商館長), 창고장, 서기, 의사 등 15명이 살았고 통역사, 사무관, 요리사, 문지기 등 100여명이 근무했다. 19세기부터 복원된 주택, 사교클럽, 무역관, 선장 숙박소 등을 통해 당시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지

데지마에서 남쪽으로 몇 정거장 더 가면 나가사키의 대표적인 명소 글로버엔(Glover Garden)이 나온다. 1863년 스코틀랜드 상인 토머스 글로버가 이곳에 저택을 건설하면서 서양 상인들의 집이 들어섰다. 이후 1957년 나가사키 시내 곳곳에 있던 메이지 시대의 서양 건물 6채를 옮겨와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했다.

입구의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니 뒤쪽으로 나가사키 항구가 펼쳐지고, 안으로는 잘 가꾼 정원과 집들이 이어진다. 가장 유명한 글로버

택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목조 건축물로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 풍경을 배경 삼아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저택 뒤편의 옛날 복식 체험관에서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소녀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허락을 구하고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니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함께 찍어달란다. 나가사키 사람들 특유의 친밀함이 듬뿍 묻어난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 나가사키역 서남쪽에 있는 이나사야마(Inasayama) 전망대에서 야경을 봐야 한다. 해발 333m의 원형 전망 돔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하코다테, 고베와 함께 일본 3대 야경으로 꼽힌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도시의 건물들이 하나 둘 붉을 밝히자 1000만달러라고 불리는 나가사키 야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짙푸른 바다엔 항구의 조명이 투명하게 반사되고, 검푸른 산을 따라 작은 불빛들이 총총히 이어진다. 이 순간을 기다렸던 사람들이 저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다음 날 아침 나가사키를 떠나기 위해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의 이름은 ‘특급 가모메’. 가모메(갈매기)라는 이름처럼 흰색으로 쭉 뻗은 열차는 바다를 따라 규슈의 대도시 후쿠오카까지 간다. 승객들을 태운 기차가 서서히 플랫폼을 빠져 나가자 역무원이 정겹게 손을 흔들었다. 따뜻한 미소가 아쉽기만 한 마음을 편안하게 바꿔놓는다.

이것만은 꼭 !

나가사키에 오면 꼭 먹어야 할 것들이 있다. 나가사키 짬뽕, 카스텔라, 싯포쿠 요리다. 짬뽕은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신치주카가이’에 모여 있으며, 시카이로(shikairou.com)가 원조다. 카스텔라는 나가사키 3대 카스텔라로 꼽히는 분메이도(bunmeido.ne.jp), 후쿠사야(castella.co.jp), 쇼오켄(shooken.com)으로 가면 된다. 나가사키 지역의 연회상 차림인 싯포쿠 요리는 료테이 이치리키(ichiriki.jp)를 비롯한 고급 요정들에서 맛볼 수 있다.


나가사키=나보영 여행작가 alleyna2005@naver.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