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불황기 적극적 세수 확대로 성장잠재력 훼손해선 안돼

입력 2015-08-1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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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안과 세입 확대 방안 미비 논란

근년의 세수 결손은 세입규모 전망치 부풀린 탓
잠재성장률 수준 넘는 단기 부양정책은 자제
경기 부진 땐 세수 확대보다 국채 발행 통해야

"현재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판단되면
정책 기조는 단기 부양이 아니라 잠재성장률 제고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김학수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5년 세제개편안이 최근 발표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최근 지속되는 재정적자를 해소할 만한 뚜렷한 세입 확대 방안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첫 번째 관점은 재정적자와 예산 대비 세수 부족의 원인이 세제 또는 세입 전망 기법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기 상황에 대한 인식과 정책 방향에 문제가 없는 것인지 여부고, 마지막 관점은 현재의 경기 여건이 세율 인상과 같은 적극적 세입 확대 방안을 시행할 시점으로 적절한가다. 재정수지는 정부의 정책 기조뿐만 아니라 경제 여건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재정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것은 정부 지출이 수입을 초과한 상태로,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거나 예산 편성 당시 전망한 세입 규모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을 나타낸다. 세출예산은 국회의 심의를 거쳐 법률로 확정되지만 세입예산은 편성 당시의 전망치에 불과하다. 세입예산이 정확하게 세입 실적으로 실현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지독한 우연의 일치임이 틀림없다. 다만 최근의 세입예산 규모와 실적치 사이의 괴리가 커진 것은 시정돼야 할 중요한 문제다. 혹자는 세입 규모 전망 기법의 고도화를 통해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국가재정운용계획이라는 예산 편성 방식과 제도 운용 기조 아래에서는 개선하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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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축소 힘든 재정운용계획

국가재정운용계획의 도입 취지는 계획기간에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예산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러나 과거 10년간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은 해마다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도구로 오남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상 계획 초기에는 재정적자를 발생하며 세입 규모를 초과하는 지출을 계획하고 계획기간 중간 이후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계획한 연도에는 다시 재정적자를 수반하는 새로운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예산 편성 방식으로는 재정적자를 축소할 수 없다. 정부의 씀씀이는 정치 과정에 의해 확대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일정 규모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 재정당국은 세입 규모 전망치를 실현될 수 없는 규모로 부풀리기 위해 낙관적 경제 여건을 가정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재정적자나 세입예산 규모 대비 세수 부족의 문제는 세제나 전망 기법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산 편성 방식과 과정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중립적 또는 다소 비관적인 거시경제 여건에 대한 전제조건 아래에서 중기 세입 규모를 전망하고 이에 기초를 둔 세출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이 경우 기존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보여줬던 계획기간 중후반의 균형재정 달성은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도 정부는 국민에게 세입 여건이 얼마나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지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 정부가 2~3년 안에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중기계획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국민이 증세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능력 벗어나는 세출을 정당화

현재의 경기 상황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충격 등으로 매우 좋지 않다. 그럼에도 올해 예상되는 3% 내외의 성장률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은 아닌지 심각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높은 성장률에 익숙한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잠재성장률 수준이라면 단기 부양 중심의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단기 부양책으로 정부가 목표하는 4% 수준의 성장을 달성하려는 것은 무모하거나 또 다른 거품을 만들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새로운 부양책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이 3% 내외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전망을 여러 전문기관에서 발표했음에도 유독 정부만 4% 수준 이상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희망 섞인 전망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세입 전망치를 실현될 수 없는 수준으로 크게 만들며 능력에 벗어나는 세출을 단기적으로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반성해야 한다. 현 경제성장률이 우리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판단되면 정책 기조는 단기 부양 중심이 아니라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한 방향으로 잡아야 마땅하며, 잠재성장률 제고 정책은 긴 호흡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단기 부양책의 실효성에 회의적 견해를 나타내는 여러 전문가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의 경기 여건이 잠재성장률 수준이든 아니든, 모든 경제주체는 대체로 현재의 경기 여건이 좋지 않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세율 인상과 같은 적극적 세입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부적 방향과 속도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비과세 감면 제도의 정비는 큰 틀에서 현재와 같이 경기 여건이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않는다고 경제주체들이 인식하고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판단한다. 과거 관행적으로 주던 비과세 감면 제도를 더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그런 제도들에 의해 초래된 경제 왜곡을 조금씩 축소하고 경제 여건이 나아졌을 때 자연적 세수 증대의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확충해 가는 것이 최선임이 틀림없다.

적극적 세입확대는 경기과열 때만

명시적으로 증세 기조를 만천하에 천명하는 세율 인상과 같은 적극적 세입 확대 방안은 경제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고 경기가 잠재 수준을 넘어서 과열 瀯瓚막?진입한다고 판단될 때 고려해야 하는 정책 대안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적극적으로 증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모든 경제주체에 경기가 좋아지면 더 큰 규모의 증세를 각오하라는 엄포와 다를 바 없다. 경기 하강 또는 부진 국면에서 적극적 세입 확충 방안은 투자와 소비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미래의 세입 기반을 축소하는 결과만을 초래하게 된다. 이것이 세율 인상과 같은 적극적 세입 확대 방안은 잠재성장률을 초과하는 경기 과열 시점에서 고려해야 하고, 재정적자를 당분간 국가채무로 충당해야 하는 이유다.

김학수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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