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이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자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상장사들의 주가는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3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유럽연합과 일본 등이 화폐가치를 낮춰(유로화 약세·엔화 약세) 경기를 부양하는 환율전쟁을 지속해온 가운데 중국도 이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자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수출주(株)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전반에서 자금 유출을 부추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52포인트(0.82%) 떨어진 1986.65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2020.15로 출발한 뒤 장중 2021.81까지 올랐다가 오전 한때 2000선 초반으로 떨어졌다.
오후 들어 주요 수급 주체인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 물량을 늘림에 따라 하락 반전한 뒤 1980선으로 밀려났다. 코스피지수가 1980선으로 떨어진 건 지난 3월 16일(1987.33) 이후 약 5개월 만의 일이다.
코스닥지수도 중국의 위안화 절하 조치에 영향을 받아 730선까지 미끄러졌다. 개인이 449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08포인트(1.89%) 떨어진 732.26으로 밀려났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28억원, 174억원 어치를 담았다.
지수가 하락 쪽으로 방향을 튼 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기습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229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지난 10일 고시환율인 6.1162위안보다 1.86% 상승한 수치다. 이같은 위안화 가치 하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0.7% 하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인민은행은 공고문을 통해 "위안화 강세가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기준환율의 2%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국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인민은행이 변동폭을 3%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 소식에 급등하며 3년여만에 최고치로 장을 마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5.9원 오른 1179.1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기준으로 2012년 6월 5일(종가 1180.1원) 이후 3년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 개장했으나 중국이 이례적으로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했다는 소식에 상승 전환 후 고점을 높였다.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건 어느 측면으로 봐도 국내 경제와 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데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경기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원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지 않는 한 국내 수출주가 중국 기업들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불안 요인.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민은행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발표한 뒤 코스피지수가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중국이 본격적으로 환율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건 아니지만, 이같은 기습 절하는 증시에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신흥국 자본 유출은 더욱 거세지고, 글로벌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가격 경쟁력 차원에서 국내 수출주도 부담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면 아시아 금융 시장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아시아 신흥국의 자본이탈에 대한 경계감을 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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