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계열사 임금피크제 도입] 현대차 "임금피크제로 매년 청년 일자리 1000개 추가 창출"

입력 2015-08-11 17:54  

41개 계열사 15만명 대상

현대차 "청년실업 해결 위해 노조 협조 절실"
노조 "정년 추가로 연장하면 고려할 수도"
현대·기아차 노조원만 8만명…산업계 큰 파장



[ 강현우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41개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동참하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를 늘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려는 시도다. 노동조합원만 4만6000여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와 3만4000여명인 기아자동차 등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정부의 노동개혁에도 큰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다만 정년 60세 연장 법제화를 이미 얻어낸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계열사 정년 60세로 통일

현대차그룹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마련하는 연 600억원 규모의 재원으로 연간 1000여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계열사별로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과 임금지급률 등을 결정하는 동시에 채용 계획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계열사별로 각각 다른 정년도 60세로 일괄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은 정년이 만 57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만 58세다.

현대건설은 올해부터 공식 정년은 57세로 유지하면서 58세부터는 임금을 해마다 10% 삭감하고 60세까지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재 59, 60세에 임금을 일부 삭감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다른 근무조건을 통일해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데 넘어야 할 가장 큰 관문은 노조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등 근무조건을 바꾸려면 근로자의 동의나 노조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는 임직원 6만5000여명 가운데 4만6000여명이 조합원이다. 생산·정비직 3만3000여명과 영업직 6000여명은 대부분, 일반직(연구직 포함)은 2만1000여명 중 7000여명이 노조원이다. 이들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려면 노조와의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한다.

현대차는 우선 일반직 중 과장급 이상 비조합원에게 개별 동의를 받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11일 열린 2015년 임금·단체협상에서 노조 측에 “임금피크제는 사회적 추세”라며 향후 교섭에서 임금피크제 안건을 공식 제기할 뜻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이미 정년 60세가 법제화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선뜻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며 “정년을 추가로 연장하는 등의 대안이 있으면 임금피크제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파장 상당할 듯”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자산총액 상위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 378곳 가운데 47%인 177곳이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정년연장법 통과, 2013년 말 통상임금 확대 대법원 판결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임금피크제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대신 55세부터 전년도 임금의 10%를 줄여나가는 임금피크제를 작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도 지난해 정년 60세 연장과 58세부터 적용하는 임금피크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고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노조의 동의를 받지 못해 제도상으로만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많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처럼 파장이 큰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실질적으로 도입하면 산업계 전체적으로 임금피크제가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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