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원·위안화 직거래…실수요 비중 4% 불과

입력 2015-08-11 18:00  

나머지 대부분은 '지정' 은행 간 의무 거래
수출입 기업 등 직거래 수요 거의 없어
5월 204억위안서 이달 142억위안으로 감소



[ 황정수 기자 ] 작년 7월 한·중 정상 간 합의로 같은 해 12월에 개설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겉돌고 있다. 실수요자인 수출 기업과 금융투자회사 등의 참여가 저조해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은 12개 은행들끼리만 사고파는 시장으로 전락했다. 최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수를 못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개설됐다 거래 부족으로 4개월 만에 문을 닫은 원·엔 직거래시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11일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에서 실수요자로 볼 수 있는 수출입 기업과 자산운용사 등의 환전액은 전체 거래액의 4%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거래액의 약 80%는 기재부와 한은이 지정한 외환은행 홍콩상하이은행 등 12개 시장조성자 은행들 간 거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성자 은행은 장중에 연속적으로 위안화 매입·매도 가격을 제시해 가격을 형성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위안화 부채에 대한 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 등의 혜택을 받는다. 나머지 약 16%는 시장조성자 은행이 아닌 금융회사들의 실적 쌓기용 거래로 알려졌다.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거래액의 96%가 시장 본연의 기능과는 관계없는 허수인 셈이다. 시장조성자 은행의 한 외환 트레이더는 “거래할 때마다 비용이 들지만 기업 등 고객들이 참여할 가능성 때문에 매수·매도 호가를 촘촘하게 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54억위안으로 출발한 하루 평균 거래액도 지난 5월 204억위안을 기록한 뒤 6월부터 하락해 8월(7일 기준)엔 142억위안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개설한 것은 국내의 위안화 거래를 늘려 ‘위안화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이 생겨 위안화 환전비용이 줄고 거래 편의가 생기면 국내 수출 기업들이 달러 결제 대신 위안화 결제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대(對)중국 무역에서조차 달러 결제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2015년 6월 기준 대중국 수출액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2.9%고 달러 결제 비중은 94.2%다. 한 수입 업체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도 원료를 살 때 달러를 활용하기 때문에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하면 난색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으론 위안화 결제 비중이 커질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아니라서 위안화 결제 수요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달러 결제를 하던 국내 기업들이 위안화 결제로 방향을 틀 여건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훑??무역대금을 결제할 때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율(환가료율)이 달러 결제 수수료율보다 약 3%포인트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이 적게 드는 달러 결제를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주현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위안화 결제를 시작하게 되면 기존 달러 관련 환 위험 관리 체계에 위안화 관리 체계를 추가해야 한다”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야심 차게 직거래시장을 개설했던 정부는 고심 중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몇 가지 검토 중인 방안은 있지만 최종 결정까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결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머니마켓펀드(MMF) 등 위안화 단기금융상품을 도입해 국내 위안화 수요를 키우고 기업들의 위안화 결제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인센티브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위안화 직거래

원화를 위안화로, 위안화를 원화로 바로 환전할 수 있는 외환시장. 원화(위안화)를 달러로 바꾼 뒤 달러를 위안화(원화)로 교환하는 기존 환전절차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다. 2014년 7월 한·중 정상 간 합의로 같은 해 12월 개설됐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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