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태 기자 ]
일반 항공기보다 높은 하늘에서 장시간 머물 수 있는 무인(無人)항공기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기술을 더 보완하면 구글과 페이스북이 추진 중인 오지에 드론을 띄워 전 세계 인터넷을 연결하는 사업에 한국도 뛰어들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태양광에너지만으로 하늘을 나는 고(高)고도 무인기(EAV-3)가 지난주 성층권에서 9시간 가까이 머무는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고 11일 발표했다. 항우연은 “EAV-3가 지난 5일 오전 8시30분 전남 고흥 항우연 항공센터를 이륙한 뒤 최고 고도 14.12㎞까지 도달했다가 오후 5시30분쯤 안전하게 센터로 귀환했다”고 밝혔다.
지상 14.12㎞ 고도는 대기권에서 성층권에 해당한다. 성층권은 구름과 비바람이 부는 대류권의 위쪽에 있고 공기 밀도가 53%로 낮아 일반 항공기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EAV-3는 가벼운 탄소섬유 복합재로 동체를 만들어 이륙할 때 무게를 줄였다. 길이는 9m, 날개 길이는 20m에 달하지만 무게는 53㎏에 불과하다. 양력을 잘 얻도록 날개를 날렵하고 길게 만들었다. 낮에는 태양전지에서 전기를 공급받고, 밤에는 낮에 비축한 2차전지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프로펠러 모터를 돌린다.
항우연은 이 항공기 설계와 개발 전반을 맡았고, 국내 업체인 성우엔지니어링과 티움리서치, 솔레이텍, 유콘시스템, 스마텍이 제작과 시험비행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이 무인항공기의 최고 고도를 20㎞로 끌어올리고 배터리와 동체를 개선해 체공 시간을 최소 3~4일로 늘리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성층권 무인항공기를 연구하는 이유는 발사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인공위성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날씨에 거의 제약을 받지 않아 장시간 머물며 인공위성이 도맡아 하던 지상 감시와 통신 중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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