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청년 일자리, 경제시스템 재설계의 화두

입력 2015-08-11 18:57  

배임죄 요건 정해 경영위축 방지
법인세 틀 바꿔 고용 늘릴 틈 찾고
노동규제도 일자리 중심 개혁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아~들은 안 오우, 가자미 해주면 잘 먹잖아요.” 덕구온천 입구 부구터미널 장터에서 가자미 장수가 손님을 불렀다. “아~가 취직이 돼야 장가를 가지요.” 공연히 없는 손자녀 걱정까지 껴안은 칠순 어르신의 그을린 얼굴의 굵은 주름이 애잔하다.

청년실업은 동해안 어촌 장터까지 걱정과 불황을 떠안긴다. 취직 못해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율 격감으로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 개혁을 호소하는 특별담화에 나섰다. 특별사면 대상에 경제인을 포함시킬 만큼 다급하다.

공공부문 채용 확대는 ‘누워서 떡 먹기’ 같은 미봉책(彌縫策)이다. 노무현 정부부터 다급하면 끌어다 쓰면서 공공부문 개혁을 망가뜨렸다. 정상적 신규 채용으로 연령별 인원구조를 적정하게 유지하는지에 따라 성과급이 결정되도록 경영평가 기준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 세금을 쏟아붓는 임시방편보다는 기업 고용을 늘릴 근본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규제 善奴?세금부담 인하가 기본이다. 일단 고용하면 망해 자빠지기 전에는 인원과 급여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노동법규를 개선해야 한다.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전횡한다고 비판하면서도 투자와 고용 책임을 강요하는 것은 어색하다. 배임죄로 징역형을 받은 기업인에게 사면 받으려면 투자와 고용을 늘리라는 압박도 모순적이다. 자신의 사면을 위해 불리한 상황에서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것은 명백한 배임이고 이에 대한 압박은 배임교사(背任敎唆)다.

사면과 상관없이 경제 전망과 투자 기회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투철한 의식을 토대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것은 경영판단 문제다. 업무책임과 경영판단 한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코걸이·귀고리 식으로 배임죄를 추궁하면 투자 의욕은 꺾인다. 회계처리가 복잡해 전문가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파생거래로 최태원 SK 회장이 수감되자 겁먹은 기업자금의 대거 이탈로 파생시장이 주저앉았다. 김승연 한화 회장에 대한 부실계열사 관련 유죄판결 후 기업계의 부실 정리도 위축됐다. 대우조선처럼 은폐된 부실이 더 없는지 걱정이다. 배임죄 처벌요건을 명확히 정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경영위축을 막을 수 있다.

기업은 미래 예상수익에서 세금을 내고 남은 금액의 현재 가치가 투자비용보다 많아야 투자를 실행한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미래수익의 세후 가치는 줄어들어 일부 투자는 포기된다. 법인세 인하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면 투자 증가로 세수는 오히려 늘어난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탓에 법인세 세수가 줄었다는 주장은 불황으로 인한 기업실적 악화를 간과한 것이다.

복지 확대로 악화된 재정상황에서 법인세율 추가 인하는 어렵다. 법인세제 틀을 바꿔 고용을 늘릴 틈새를 찾아야 한다.

안정적 성장이 지속되던 시대에는 기계장치 등 시설투자 확대로 성장률을 더 높이는 것이 세제의 목표였다. 인건비는 지출한 연도에 손금으로 인정되지만 시설투자는 감가상각 절차에 따라 사용기간 동안 나눠 인정된다. 시설투자 지출에 대한 법인세 손금 인정이 인건비보다 늦어짐에 따른 이자손실이 상당했고 이에 대한 보상책으로 투자세액공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일부 시설투자는 일자리를 앗아가 실업을 유발한다. 근래에는 이자율이 바닥으로 떨어져 투자세액공제의 당초 취지는 퇴색했다. 투자 중심의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대신 신규 채용 및 고용 유지 관련 세제혜택은 늘려야 한다.

나라마다 복지 수준과 조세부담률 편차가 크기 때문에 법인세율의 단순 비교보다는 최근 추세를 살피는 것이 합리적이다. 세계 각국의 법인세율 인하 추세는 확연하다. 우리만 법인세 인상에 나서면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망가진다.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과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철수로 고용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청년 일자리는 절박한 현안이다. 세법과 노동법을 비롯한 제반 기업규제를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