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탁 성균관대 교수 "장자(莊子)의 수평적 소통방식, 최고의 항암효과"

입력 2015-08-11 19:13  

'암과 커뮤니케이션' 연구로 WCA 최우수논문상

주체와 객체, 상하 구별 없어…생각과 현실 괴리가 암의 원인
도가에선 암을 친구처럼 여겨…한국만의 치료방식 개발 필요



[ 이미아 기자 ] “현대인은 무엇이든 쪼개서 의식하려고 해요. 그 조각마다 의미를 부여하려 집착하죠. 암은 머릿속 이미지와 현실 간 괴리가 낳은 스트레스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지난달 31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WCA) 콘퍼런스에서 ‘암과 동아시아 전통적 커뮤니케이션의 역할’로 최우수논문상을 받은 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물의 분리와 객관화, 대립 개념을 중시하는 게 서양적 소통 방식의 특징”이라며 “이번 논문을 통해 동양적 커뮤니케이션 특유의 포용력과 담백함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2000년대 초부터 ‘노장(老莊) 사상’으로 대변되는 도가(道家)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장자(莊子)의 경우 주체와 객체, 상하 구별 없이 수평적 소통을 중시하고, 겉으로 나타나는 의미와 실존 세계 사이의 일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연구자로서 큰 매력을 느꼈다. 2012년엔 아예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을 직접 번역 출간했다. 자신의 연구 내용을 암 환자 치료에 대입한 것은 2005년 미국 휴스턴 MD앤더슨 암센터를 방문해 그곳의 의료진이 환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본 게계기가 됐다. “MD앤더슨 암센터에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둬요. 오래 입원시키지도 않고, 환자 자신이 암에 대해 공포감을 갖지 않도록 합니다. 그런데 병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사고방식은 서양적이라기보단 동양적인 것이에요. 그 점에 놀랐죠.”

암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연구팀을 꾸린 김 교수는 지난해 3월 암이 완치됐거나 호전 중인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논문을 작성했다.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10명은 “암을 없애버려야 할 악이 아닌 공생적 관계로 인식한 게 치료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환자들이 인터뷰하면서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어요. 저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그저 논문을 작성하는 연구자일 뿐이었는데도요. 암 환자들에게 정신의 치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깨달았습니다.”

김 교수는 “암은 문명병”이라고 단언했다. 또 “단어의 의미를 지나치게 세분화하고, 선악이나 좌우 같은 대립 개념만 앞세우다 보니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며 “인식의 틀에 갇혀 현실 세계와 소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소통 단절의 피로 누적이 암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은 WCA에서 참신한 주제?받아들여졌고, 매사에 분석을 중시하는 서양 학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 장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을 기초로 한국만의 암 환자 대상 정신 치료법을 개발하는 게 목표입니다. 우린 동아시아 국가로서 가진 정체성을 지나치게 소홀히 대해 왔어요. 환자 스스로 병과 마주하는 법, 환자와 의료진, 환자와 보호자 간의 대화를 살피는 게 중요해요. 소통은 치유입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