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미 기자 ] 중국 위안화의 잇따른 평가절하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득실(得失) 계산도 복잡해졌다. 일부에선 수출 회복을 기대하지만 실익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만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며 “실제로 중국 수출이 늘어나면 우리의 대중(對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우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완제품 경쟁이 심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엔화 가치는 이날 달러당 125엔대까지 하락했지만 원화 가치 하락세가 더 가팔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 마감 직후 원·엔 환율은 100엔당 953원40전(외환은행 고시기준)으로 전일보다 10원 가까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했다.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았던 엔저(低) 현상이 완화된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원유가격 등이 하락한 것도 원자재 수입국인 한국엔 이득이다.
반론도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은 중국이다. 위안화 약세로 중국의 구매력이 감소하면 대중 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저에 이어 위안화 약세로 글로벌 수출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시장이 살아나 한국 수출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시점이 언제일지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선 원화의 동반 약세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제기한다.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선진국에서 ‘인위적인 환율 조작’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1000억달러 달성이 유력한 한국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일본과 달리 원화 약세를 정책적으로 유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도 깊다. 다른 신흥국 통화처럼 원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면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 아시아에서 파생상품시장이 가장 발달한 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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