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자본금 50만엔 이상 조선인 기업 50여개 불과
[ 김현석 기자 ]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가 한창이던 1919년 10월5일 당시 서울의 유명 요릿집이던 명월관에 130여명이 모여들었다. 한국 최초 주식회사인 경성방직의 창립 주주총회가 열린 것이다. 호남지역 대지주인 고창 김씨 집안을 이끌던 인촌 김성수와 동생 김연수 형제가 세운 이 회사는 1930년대 중국 만주에 진출해 공장을 세우는 등 해외에 진출하기도 했다. ‘유통왕’ 박흥식이 세운 화신백화점도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민족자본 기업이다. 하지만 당시 민족자본에 의한 기업 성장은 쉽지 않았다. 일제는 회사 설립을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해 조선인의 회사 설립을 억제했다. 이 때문에 1942년 통계를 보면 자본금 50만엔 이상의 조선인 기업은 50여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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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기업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사실상 8·15 광복 이후부터다. 일본 자본에 의해 세워진 산업시설(기업)과 토지, 이른바 적산(敵産)기업 2700여개가 1947년부터 6·25전쟁 이후까지 민간에 불하되면서 현재 한국 대기업의 토양이 됐다.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은 기린맥주를 인수해 두산의 핵심 계열사였던 OB맥주를 만들었다. 명성황후의 인척이었던 민덕기는 삿포로맥주를 사들여 조선맥주를 창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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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에 있었던 은행 불하는 대기업 판도에 큰 영향을 줬다. 은행을 소유한 기업들은 계열사를 확장, 그룹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1960년 10대 그룹을 살펴보면 삼성은 한일은행과 삼성물산 제일제당 안국화재 한국기계 풍국주정 조선양조 등을 계열사로 갖고 있었다. 삼호는 제일은행 삼호무역 조선방직 대전방직 삼양흥업 제일화재 등을 계열사로 거느렸고, 개풍은 서울은행 대한양회 호양산업 동방화재 대한철강을, 대한은 대한방직 대한전선 대동제당 원동흥업 대동증권을 계열사로 뒀다. 락희는 반도상사 금성사 락희화학 락희유지를, 동양은 동양시멘트 동양제과 동양제당을, 극동은 극동해운 극동통상 한국정유 등을 영위했다.
1973년 현대 삼성 대우 LG SK 한진 등 6대 그룹이 올린 매출은 4170억원이었다. 1980년에는 14조7430억원으로 연평균 50% 넘게 성장했다.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이 ‘산업의 쌀’이라 불리던 철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1970년대다.
1980년대엔 3저 시대를 맞으며 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현대중공업이 1983년 세계 선박 수주 및 건조량 1위로 등극하는 등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등이 이끈 조선산업은 세계를 제패했다.
1990년대에는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 기아자동차의 활약으로 자동차가 주요 수출품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도 1993년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를 계기로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1990년대 말 기업들은 새로운 환경을 맞는다. 그전까지는 빚을 내 계열사를 만들면 저절로 매출이 증가하는 경영환경이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부채가 많은 기업이 줄줄이 무너졌다.
대마불사 신화가 붕괴되면서 30대 그룹 중 13개가 퇴출됐다. 무리한 사업 확장을 했던 대우와 진로, 쌍방울, 뉴코아 등이 무너졌고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 실패한 대농 한일 갑을 등도 부도를 냈다.
쌍용과 삼미, 해태, 한보, 고합, 극동건설, 거평, 신동아, 동아 등은 그룹이 해체됐다. 매출이 아닌 수익성이 기업 평가 지표가 되면서 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두산이 핵심 사업이었던 맥주사업을 매각하고 한국중공업 등을 사들여 사업구조를 전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는 벤처 열풍이 불었다.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 다음 한글과컴퓨터 이니시스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 등이 설립돼 급성장했다. 2001년 쌍용중공업을 모태로 설립된 STX그룹은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 한때 재계 11위까지 올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력사업이었던 조선, 해운업이 직격탄을 맞자 2013년 해체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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