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한국 경제 이끈 기업·기업인] 격랑의 시대 속 빛난 '미래 비전'…한국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입력 2015-08-13 07:00  

2세대 기업인들과 벤처 창업자

이건희, 이병철도 반대했던 반도체산업
사비 털어 인수…반도체시장 정상 올라

정몽구, 1998년 경제위기에 기아차 인수
동반 부실 우려 딛고 미국 시장 승승장구

구본무, LG반도체 빅딜 후 LCD '올인'
20년후 매출 100배…미래 향한 포석 통해

허창수, LG그룹서 분리후 신사업 몰두
자산규모 18조에서 58조로 3배 늘려



[ 남윤선 기자 ]
한국 기업의 ‘씨앗’을 뿌린 1세대 기업인들이 있다면, 현재와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주인공은 2세대 기업인들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은 격동의 시절 강한 리더십과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냈다.

이 회장은 선견지명으로 산업을 일군 대표적인 경영자로 꼽힌다. 1974년 그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마저 반대했던 반도체산업을 시작하기 위해 당시 자금난에 빠져 있던 한국반도체를 사비를 털어 인수했다. 당시 “미국 일본보다 20~30년이나 뒤처졌는데 지금 쫓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TV도 제대로 못 링若?회사가 무슨 반도체냐”는 식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이 회장의 결단이 없었으면 현재 한국 수출의 10분의 1을 책임지는 반도체산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정몽구 회장은 ‘역발상 경영’으로 ‘글로벌 현대차’를 일궈냈다. 1998년 극심한 경제위기에 시달릴 때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동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정 회장은 기아차를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2009년 미국에서 시행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당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침체돼 있던 미국 시장에서 ‘차를 산 지 1년 내 실직하면 차를 되사준다’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2008년 5.4%였던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9년 7.0%로 급성장했으며 이듬해인 2010년에는 7.7%까지 치솟았다.

구본무 회장은 뚝심 있게 미래 기술을 개발해 한국 산업의 ‘먹거리’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만 20년째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 회장은 GS, LS, LIG, LF 등을 계열분리하고도 매출은 30조원대(1994년 말)에서 150조원대(2014년 말)로 5배, 해외 매출은 약 10조원에서 약 100조원으로 10배가량 신장시켰다.

이 같은 성과에는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며 끝까지 도전해 결실을 보는 구 회장 특유의 ‘결단과 끈기’ 리더십이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1998년 정부가 주도한 ‘반도체 빅딜’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기게 되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따로 분리해 LG LCD를 설립杉? 반도체를 사실상 빼앗기게 된 상황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포석을 둔 것이다. 이후 20년간 4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임직원은 30배, 매출은 100배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2차전지도 구 회장의 뚝심의 결과물로 꼽힌다.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2년 구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고 2005년엔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 회장은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며 지속적인 투자를 독려했다. 그 결과 LG화학은 중대형 2차전지 세계 1위에 올라섰고,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석유화학, 보험, 태양광 산업 등을 과감히 추진하며 재계에서 ‘한화그룹을 한번 더 창업한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케미컬, 대형마트, 홈쇼핑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롯데를 한국 대표 기업으로 키웠다. 허창수 GS 회장도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할 당시 18조7000억원이던 자산 규모를 현재 58조원으로 3배 이상으로 늘렸다. 에너지, 유통, 건설 등 기존 사업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신사업을 조화롭게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를 읽는 눈과 과감한 투자, 기업가 정신이 성공한 2세 경영인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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