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 꼭 줄지는 않아
새 거리 체계 정립까지
스코어 퇴보 각오해야
멀리 보내려는 골프 본능을 다스리기란 참 어렵다. 골프하는 자들의 로망이다. 그래서 ‘장타의 꿈’을 말리고 싶은 생각은 그다지 없다. 하지만 멀리 보내기가 어떻게 가능하고 그 결과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비거리는 채를 들기 전 이미 대부분 결정돼 있다. 그 사람이 가진 기초체력과 살아오면서 경험한 골프 이전의 운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다. 자전거 타기나 등산,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 거리는 저절로 따라온다는 의미기도 하다.
비근한 예로 손가락 힘이 약한 여자 골퍼는 악력만 키워줘도 비거리가 훌쩍 늘어난다. 남자 골퍼 역시 장타자와 악수게임을 힘껏 해보라. 십중팔구 장타자가 승리할 것이다. 골프에서의 거리란 기술적 요소보다는 80% 이상 그 사람의 신체적 조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거다. 몇 가지 잔 요령으로 덤빌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비거리가 는다고 스코어가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거리 나자 OB 나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이치다. 어찌 드라이버만 거리가 늘 渼째? 아이언 거리도 늘어난다. 자신의 거리체계 전체가 흔들린다는 의미다. 새로운 거리체계를 정립하기까지 스코어는 상당 기간 퇴보함을 각오해야 한다.
우선 8번보다는 9번, 9번보다는 피칭이 더 정확하고 정교해져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드라이버 티샷 이후 그린까지 남은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코스설계자는 사람들이 이쯤에 떨어뜨렸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코스를 설계한다. 그것이 이른바 IP(intersection point·공략 지점)다. 그 지점에 못 미쳐도 페널티를 주지만 그것을 넘겨도 ‘이놈 봐라’ 하면서 페널티를 주려 한다. 당신이 디자이너라면 안 그러겠는가. 결국 IP를 벗어나면 세컨드 샷을 위한 스탠스가 좋지 않거나 그린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빠진다. 새로운 위험이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거리는 다시 줄어들기 마련이다. 다이어트의 요요현상과 같다. 노력하며 투자하는 기간에만 주어지는 선물이란 얘기다. 비거리 고민이 크다며 찾아온 골퍼에게 늘 강조한다. 비거리는 운동 재능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투자의 문제라고. 또 비거리의 증가가 곧 스코어의 향상이 아닐 뿐 아니라 상당 기간 스코어의 퇴보를 각오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다 보면 ‘그냥 이대로 살게요’라며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골프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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